류기봉 2

포도 눈물

책이름 : 포도 눈물 지은이 : 류기봉 펴낸곳 : 호미 이제 그만! / 멈추어 달라고, / 들풀들이 일제히 흐느낀다. 오늘은 제초제를 뿌리지 않기로 했다. ‘들풀들의 데모’(48쪽)의 전문이다. 시인은 1994년 여름, 여느 해처럼 잡초를 죽이려 제초제를 뿌리다 들풀들의 고통스런 신음을 들었다. 이후 농부 시인은 유기농으로 포도를 가꾸기 시작했다. 경기 남양주 진전읍 장현리 산 97번지가 시인의 포도밭이다. 3천평 규모의 포도밭에는 1천 100여 그루의 포도나무가 자리 잡았다. 말이 좋아서 자연·그린·문화농법이지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리는 관행농법의 몇 곱절 힘이 드는 유기농은 농부들이 골병 들 만큼 힘들었다. 시인은 농약대신 방가지똥 같은 독풀을 흑설탕에 발효시켜 병해충 방제를 하고, 바닷물을 나무에 뿌..

포도밭 편지

책이름 : 포도밭 편지 지은이 : 류기봉 찍은이 : 김현호 펴낸곳 : 예담 초봄, 누구 / 포도나무의 눈물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똑! 똑! 5초마다 한 방울씩 흘리고 있는 / 나무들의 눈물. / 아침 열 시면 눈물 흘리는 속도가 빠르고요 / 밤에는 신기하게도 뚝, 하고 그친답니다. / 누구 포도나무의 / 눈물을 보신 적이 있나요. / 사람의 눈물과 같이 투명하지만 / 비리고 짜지는 않습니다. / 건강한 근육질의 나무는 / 눈물 흘리는 속도가 빠릅니다. / 나무의 눈물은 어디서 나오냐구요? / 초봄에 전정한 마디 끝에서 나옵니다. / 전정할 때의 아픔이 아물지 않은 상처, / 뿌리가 발을 뻗고 있는 땅속으로부터 / 희고 아프게 우려낸 나무의 눈물이라고요. / 그 마디 끝에 입을 대고 있으면 / 제 몸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