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호이나키 3

아미쿠스 모르티스

책이름 : 아미쿠스 모르티스 지은이 : 리 호이나키 옮긴이 : 부희령 펴낸곳 : 삶창(삶이보이는창)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2007, 녹색평론사)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2010, 달팽이) 아미쿠스 모르티스(2016. 삶창) 리 호이나키(1928 ~ 2014)는 도미니크회 신부로 이반 일리치의 절친이었다. 안정된 대학 교수 자리를 팽개치고 경제주의/화폐중심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부의 길을 택했다. 생전 세 권의 책을 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세계가 환상, 다시 말해서 현대 서양 의학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혼란스러운 망상으로 뒤덮여 있음을 본다. 그런 착각은 어떤 의미로는 실재가 시스템 그 자체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책은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책이름 :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지은이 : 리 호이나키 옮긴이 : 김병순 펴낸곳 : 달팽이 목에서 산화작용이 일어났다. 며칠 동안 목구멍 안쪽 깊은 곳에서 단내를 넘어 선 황내 섞인 쇳내가 피어올랐다. 기운이 하나도 없다. 온 몸이 짜부러졌다. 저절로 무릎이 꺽였다. 서 있을 수가 없다. 머리 가죽과 두개골이 분리되어 흔들리는 느낌이다. 머리가 무겁다. 서둘러 두통약을 삼켰다. 방바닥에 등을 대고 몸을 눕혔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콧물, 발작적으로 터지는 기침, 목구멍을 꽉 메어 숨쉬기조차 곤란한 가래. 지독한 몸살감기였다. 다행히 주말이었다. 나의 책읽기는 일상만큼 단조롭다. 해가 떨어지면 책을 잡고, 쉬는 날 낮에 두 편의 리뷰를 작성한다. 한 두 시간이면 족하다. 하지만 이번 주말은 몸 상태..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책이름 :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지은이 : 리 호이나키 옮긴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월파벽을 때리는 물결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청명한 하늘은 바다를 담은 거울 같았다. 바람이 일려는지 파라솔 깃이 부르르 떨었다. 얼룩이 진 녹슨 철제 원탁의 소주병을 잡는 윤선장의 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수전증은 세월먹은 문풍지를 닮아갔다. 백태 낀 오른 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흐릿해졌고, 왼 눈은 알코올이 내뿜는 열기로 흰자위가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배를 옭아메야 하는데```" 눈길은 물결따라 흔들리는 어선을 향했지만, 그는 소주병을 입에 물었다. 앞섬 방파제를 건너뛴 바람이 해변 구멍가게로 막바로 들이닥쳤다. 윤선장은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사단을 일으킬 갈바람의 전초병이었다. 30년을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