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아미쿠스 모르티스

대빈창 2017. 10. 20. 07:00

 

 

책이름 : 아미쿠스 모르티스

지은이 : 리 호이나키

옮긴이 : 부희령

펴낸곳 : 삶창(삶이보이는창)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2007, 녹색평론사)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2010, 달팽이)

아미쿠스 모르티스(2016. 삶창)

 

리 호이나키(1928 ~ 2014)는 도미니크회 신부로 이반 일리치의 절친이었다. 안정된 대학 교수 자리를 팽개치고 경제주의/화폐중심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부의 길을 택했다. 생전 세 권의 책을 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세계가 환상, 다시 말해서 현대 서양 의학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혼란스러운 망상으로 뒤덮여 있음을 본다. 그런 착각은 어떤 의미로는 실재가 시스템 그 자체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책은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병원 침대에서 여러 의료기계에 연결된 채 누워계신 아버지. 가족이 사는 작은 도시 링컨으로 여행하다 버스가 없어 내린 이웃 도시 블루밍턴 맥도날드의 젊은 장애인 여종업원의 아름다움 현현. 식도 악성 종양으로 죽어가는 동생 버나드 호이나키의 하나의 삶으로 승화시킨 죽어가는 과정.(책의 헌사는 이렇다. - 나의 형제 버나드 호이나키(1929 ~ 1999)를 기억하며, 그는 죽어가는 과정이 삶의 방식과 다르지 않음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책의 원제는 ‘Dying is not death'로 동생 버나드가 ‘죽어가는 과정’을 얼마나 훌륭히 살아냈는가를 표현했다.) 60년대 멕시코에서 같이 일한 친구 제럴드 모리스의 오하이오 데이튼 외곽 성 레오나도 센터 요양원 생활. 산티아고 카미노 순례를 하게 된 모티브. 자신의 총체성이 깨진다는 판단으로 악성 종양 수술을 거부한  이반 일리치에 대한 일화. 아일랜드 에이레 친구 다라(병자성유를 붓는 고대 의식으로 혹 치료)와 전문가로 대학교수인 크리스티안(암 치료로 외과수술, 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선택)의 비교. 현대 의학의 테크놀로지에 지배당하는 죽음은 네크로필리아(시체애호증).(아미쿠스 모르티스(amicus mortis)는 ‘죽음을 함께 맞이하는 친구’로 의학적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멕시코시티 미니버스에서 얼음송곳을 든 폭행범이 오히려 살해당하는, 타자를 대상화하는 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비도덕적 결과. 1943년 2월 22일 히틀러 암살 음모로 단두대 이슬로 사라진 백장미단의 한스·죠피 숄, 크리스토프 프롭스트의 죽음은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의 본보기. 저자가 12년 동안 매해 여름과 매년 잠시 머물렀던 멕시코 전원지대 모렐로스주 오코페텍 2개 구역 사람들의 죽음을 끌어안는 정기적이고 의미 있는 의식. 현대 사회의 건강 추구는 병적인 집착과 개인의 안녕에 대한 왜곡된 신성화.

420여 쪽 두꺼운 부피의 책은 저자의 물음으로 마무리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건강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이성적인가, 비이성적인가? 그것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가? 혹은 온통 소모적이지는 않은가?”(425쪽) 이 땅에서도 2018년 2월부터 웰다잉(Well-dying)법이라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쉽게 말해서 임종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자신의 마지막을 병원에서 마치지 않아도 되는 존엄사의 시대가 열렸다. 리 호이나키가 말했듯이 ‘의료시스템은 전문가의 지위 확대가 불러 온 자만심과 소비에 길들여진 대중의 탐욕을 통해 번성’(13쪽)했다. 현대 의학의 과잉 진료가 행복하게 죽을 권리를 박탈했다. 품위 있는 죽음으로 인간다운 삶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