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지은이 : 고형렬
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시인 고형렬이 눈에 띤 것은 단순히 한 시집의 표제 때문이었다.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흔해빠진 가든 상호다. 그런데 그 집이 자꾸 눈에 익었다. 김포공항에서 제방도로를 타고 강화도를 향하면 김포 하성에서 한강과 헤어진다. 전류리 포구를 지나 텅 빈 공유수면에 갈대와 억새가 지천인 너른 터에 가든 한 채가 외롭게 한강을 등졌다. 겨울 찬바람이 강 수면을 휩쓰는 휘파람 소리만 들리는 한적하고 고요한 외딴 가든의 주차장은 항상 비어 있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구체적인 형상이었다. 상상속의 집은 나에게 운호가든으로 정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질만한데 한강변 가든은 불현 듯 떠오르곤 했다.”
생태에세이 『은빛 물고기』 책 리뷰의 구절이다. 시집은 제3회 지훈상 문학부문 수상작이었다. 2001년에 초판을 찍어 낸 시집을 16년 만에 손에 펼쳤다. 부 구분 없이 74 시편이 실렸고, 김사인(시인, 문학평론가)의 짧은 표사와 역시나 짧은 「시인의 말」이 마무리를 장식했다.
먼 훗날 어느 겨울 저녁, 혼자 운호가든집을 찾아갔더니 주인은 바뀌고 하얀 수박등 하나가 눈발 속에 서 있었다. 상 건너편에서 소머리국밥을 맛깔 있게 먹던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표제시 「김포 하성 운호가든집에서」에서의 마지막 연이다. 25연으로 구성된 시는 장시(長詩)였다. 화자로서 주관적 개입을 배제하고 대상이나 풍경을 묘사하는 시인의 특질이 잘 나타난 시였다. 시를 읊는 독자가 시 속에 직접 들어가 체험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1998. 4. 1. 시로 승격한 김포는 현재 행정단위가 3읍 3면 7동으로 구성되었다. 하성은 도농복합도시 김포의 동북지역으로 벼농사가 발달한 면이었다. 시편마다 눈에 익은 지명이 줄곧 등장했다.
일산 / 수색 / 김포 하성 / 장화리 낙조대 / 서울 화곡 / 강화 양사 / 마포 / 강화도 보문사 마을 / 고양시 백석동
시인은 서울의 강서나 일산에 살면서 김포나 강화에 발걸음이 잦았다. 그 여정에서 길어 올린 시편들이 시집 곳곳에 얼굴을 내밀었다. 소머리국밥이 맛깔나던 □字 한옥 흙벽돌집은 작은 대문으로 드나들 수 있었다. 방마다 호실이 적혀있던 가든은 원래 여인숙이었는지 모르겠다. 김포 하성은 지난 연말 저 세상으로 떠난 누이가 살던 마을이었다. 누이가 병을 앓으면서 발길이 잦았던 나의 눈에 운호가든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김포 하성에 운호가든은 없었다. 마지막은 시집의 헌사다.
이 시집을 云護가든집에 따라온 錄音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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