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미술관에서 만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대빈창 2017. 10. 27. 07:00

 

 

책이름 : 미술관에서 만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엮은이 : 유광남

펴낸곳 : 스타로고

 

올해 2017년은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 순절 72주년이 되는 해이다. 책은 지난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윤동주 100년 생애 전시회』를 기록으로 남겨 발간했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 「사진으로 읽는 하늘과 바람과 별」은 40개의 글과 200여장의 사진으로 윤동주의 일생을 아울렀다. 2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시인이 남긴 시 119편과 수필 5편을 총망라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우리에게 「序詩」로 알려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87쪽)의 전문이다. 누구나 한국인의 애송시 첫 손가락으로 꼽을 것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시가 간난한 시대의 역경을 뚫고 우리 손에 남겨진 기막힌 여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윤동주는 장남이었다. 형제는 남동생 둘과 누이가 하나였다. 남동생 일주, 광주가 모두 시인이었다. 민족의식이 강했던 동갑내기 고종사촌 형 송몽규는 같은 집에서 태어났다. 윤동주와 함께 독립운동 혐의로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3월 7일 옥사했다. 우리가 윤동주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여동생 윤혜원 덕분이었다. 1948년 월남하면서 고향 용정집의 윤동주 유품을 가지고 내려왔다. 시인 윤동주의 단짝은 우리가 잘 아는 민주화·통일 운동의 대부 문익환 목사다. 연희전문 기숙사에서 만난 후배 정병욱은 하숙을 함께 했다. 윤동주가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필사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건네주었다. 덕분에 1948년 시집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시집 발간은 윤동주와 송몽규의 연희전문 입학동기 강처중의 역할 또한 컸다. 이데올로기 광풍이 휩쓸던 해방정국의 윤동주 사망 2주기에 경향신문 기자 강처중의 노력으로 초판본이 발간되었다. 시집 출간 후 강처중은 남로당 지하당원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시인 생전에 시집을 출간하지 못한 것은 연희전문 교수 이양하의 출판을 보류하라는 권유 때문이었다. 일제의 검열로 제자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피하려는 스승의 염려 때문이었다. 시인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해방을 몇 달 앞둔 1945년 2월 16일 새벽 3시 36분에 죽었다. 생체실험의 희생자였다. 동생 윤일주는 연변대 교수로 임용되는 오무라 마스오 교수에게 형의 묘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린 상세한 약도로 1985년 5월 14일 용정 동산의 교회 공동묘지에 묻힌 시인 윤동주의 묘를 찾을 수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1930 ~ 1940년대 시인 윤동주는 한글로만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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