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동물 인문학

대빈창 2017. 11. 8. 07:00

 

 

책이름 : 동물 인문학

지은이 : 박병상

펴낸곳 : 이상북스

 

해충 박멸 - 모기, 바퀴벌레, 파리 / 지구온난화·해안개발 - 겨울철새 오리류 / 사라지는 천수답 - 무자치, 드렁허리, 미꾸라지, 왕잠자리 / 골프장 건설 - 하늘다람쥐, 담비, 족제비 / 4대강 사업 - 흰수마자, 꼬리동자개, 누치, 꾸구리, 꺽지 /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 명태, 고등어, 방어 / 개발현장 - 맹꽁이 / 외래동물 수난 - 뉴트리아, 주홍날개꽃매미, 잉어, 가물치 / 유기농업 확산 - 황새, 따오기 / 멸종위기 육식동물 - 호랑이, 여우, 늑대 / 사라지는 갯벌 - 산낙지, 백합, 바지락, 꼬막 / 소리로 계절을 여는 - 여치, 매미, 귀뚜라미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동물 36종이다. 엑스트라 동물을 포함하면 100여종을 훌쩍 넘겼다. 부제가 「인간과 더불어 사는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성찰」로 부모세대들과 함께 살아왔던 동물들의 관점으로 글을 썼다. 이 땅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물들이 어디서 왔으며, 조상들과 어떻게 어울렸으며, 현재 어떻게 참담한 모습으로 쫓겨났는지를 증언했다. 해안, 갯벌, 천수답, 과수원, 골프장, 4대 강, 도시주거지, 개발현장 등 12개 항목으로 인간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특성을 담아냈다.

산간계곡에 몸을 숨기던 꼬리치레도롱뇽을 거의 박멸하자 산모기가 극성이고. 산사나무 열매에 알을 낳던 미국 과실파리는 골짜기까지 파고 든 과수원으로 먹이를 잃자 사과와 블루베리에 알을 낳기 시작하고. 건물 지하에 위치한 정화조의 한겨울 온도는 영상 20도에 달해 지하집모기가 창궐하고. 방부제·착색제·항생제·환경호르몬 범벅인 요즘 과일에 파리도 앉지 않았고. 14세기의 흑사병, 19세기의 콜레라로 유럽은 수많은 인구가 죽었지만 화강암 모래가 흐르는 강물을 마시고 농사짓던 이 땅은 전염병이 돌지 않았다. 미국은 자국 낚시인에게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선 물질로 오염된 서해의 참치를 먹지 말 것을 당부했다.

‘크기가 커서 대합, 조개 중의 조개라서 상합이라는 별칭이 따라 다니고, 새만금 갯벌이 있는 부안 사람들이 입 꽉 다물고 오래 산다고 하여 생합이라고 부르는 귀족조개라는 애칭에 걸맞게 궁궐에 진상되었던 백합’(342쪽)의 최대산지 새만금은 매립으로 사라졌다. 백합은 내가 사는 강화도에 딸린 부속도서에서 연륙교가 놓이지 않은 막내 서도(西島)의 주문도와 볼음도의 갯벌에 옹색하게 터를 잡았다. 사실 우리는 동물들에 대해 아는바가 거의 없다. 장마철에 우는 맹꽁이가 ‘장마철 전후에 어디에 머물며 무엇을 얼마나 먹고 얼마나 동면하는지는’(217쪽) 모른다. 맹꽁이가 살 수 없는 환경에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행히 주문도의 맹꽁이 집단 서식지를 나는 알고 있다. 나의 대빈창 해변 산책로의 봉구산자락의 밭과 다랑구지 논이 만나는 지점의 묵정논이 바로 그곳이다. 날카로운 가시가 뻗친 아까시나무 군락이 진입로를 가려 섬주민에게 잊혀 진 비밀의 장소는 장맛비가 퍼 부으면 금방 물이 고여 습지가 형성되었다. 어둠이 내리고 꼬마전등을 손에 든 채 나는 늦은 여름밤 산책에 나섰다. 달도 안 뜬 칠흑같은 어둠을 뒤흔드는 맹꽁이의 합창이 발걸음 소리에 문득 멈추었다. 발길을 재촉했다. 하나 둘 점점 맹꽁이의 울음이 어둠속에 번져가기 시작했다.

생태계의 질서를 허무는 생명공학을 반대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을 막고, 지역 소통을 거부하는 거대 중앙 집중 편의시설의 건립을 사갈시하고, 땅의 황폐화를 부르는 단작(mono culture)을 거부하는 생물학자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의 책을 세권 째 잡았다. 『파우스트의 선택』(2000, 녹색평론사), 『탐욕의 울타리』(2014, 이상북스), 『동물인문학』(2015, 이상북스). 황새, 크낙새, 수리부엉이, 올빼미, 호랑이, 늑대, 여우, 따오기, 사향노루, 대륙사슴, 표범, 비단벌레 등 환경부는 2006년 멸종위기종 복원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저자는 말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훼손하는 야생동물의 생태계와 야생동물이 생존할 권리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 복원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321쪽) 이 땅은 어리석게 경제논리, 즉 돈 문제로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복원 잣대를 들이댔다. 세계적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겠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은 몇 달 못가 멸종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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