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호야네 말

대빈창 2017. 11. 10. 07:00

 

 

책이름 : 호야네 말

지은이 : 이시영

펴낸곳 : 창비

 

박완서 선생 / BYC 여공 여동생 / 이문구 형님 / 두 살에 죽은 동생 웅식이 / 친구 코보 형철이 / 운조루 주인 수명 누님 / 시인 함민복·박남준·김수열 / 고향마을 삼십년 이장 응식이 / ‘박종철 사건’ 처음 밝힌 김정남 선생 / 호야네 아버지 / 문학평론가 최원식, 소설가 홍석중·황석영 / 철학자 민병산 선생 / 시인 김종삼 / 괴테 / 캐슬마니 소설가 닉 / 작가 은희경 / 역도 장미란 / 균상이 누나, 균태 형 / 시인 박정만 / 소설가 오정희 / 작곡가 김성태 / 도스또옙스키 / 티베트 작가 츠런뤄부 / 판화가 이철수 / 어매 곡성댁, 해주 오씨 우리 큰어머니

 

시편에 등장하는 시인의 지인들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마음껏 발산되었다. 시인은 서라벌예대 1년에 문단에 등단했다. 시업이 무려 48년이나 쌓였다. 나의 책장은 그동안 시인의 시선집 『긴 노래, 짧은 시』(2009, 창비)가 유일했다. 미안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시적 순간을 두세 줄의 짧은 시로 포착한 ‘짧은 서정시’와 산문시 그리고 신문 기사를 옮겨 적거나 재구성한 인용시가 담긴 시인의 열세 번 째 시집을 손에 넣었다. 『호야네 말』은 2부에 나뉘어 모두 121편이 실렸다. 해설은 오철수(시인·문학평론가)의 「‘스스로 그러함’을 드러내는 영원의 순간들」로 “현란한 수식 없이 간결하고 명료한 일상적 언어에 녹아든 단정한 시편들이 묵직한 울림과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시인은 그동안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에 대한 비판, 저항, 분노가 담긴 시를 썼다. 이번 시집의 ‘짧은 서정시’는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백했다. “5킬로미터 떨어진 읍내 중학교 가던 ‘구례-하동’간 그 19번 국도가 생각난다.” |시인의 말|의 한 대목이다. 시인은 194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표제는 『하동』(2017, 창비)이었다. 마지막은 시인 친구 함민복의 선한 마음이 드러난 「좋은 풍경」(37쪽)의 전문이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강화유스호스텔 마당 한켠, 함민복 시인이 멀리서 올라온 친구들을 먹이려고 삼을 넣은 닭백숙 두마리를 해왔다. 박남준 김수열 시인들이 그것을 뜯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동안, 나무 그늘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그는 저무는 하늘을 향해 선한 미소만 실실 흘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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