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밤이 선생이다
지은이 : 황현산
펴낸곳 : 난다
“소설가 김도연과 나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내가 강원도의 한 대학에 재직하고 있을 때 그는 내가 속한 불문학과의 학생으로 가끔 내게 소설 습작 원고를 들고 왔다.” 소설가 김도연의 첫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해설 도입부다. 내가 처음 접한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글이었다. 90년대 중반 한 지방지 신춘문예 결선에 오른 세 작품 중 하나가 나의 습작 소설이었다. 등단의 영예를 안은 작가는 2000년 제1회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표제작으로 첫 소설집을 내었고, 해설은 학문적 스승인 문학평론가의 글 「자연의 비극과 시간의 소극」이었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불문학자·번역가·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가 4년 전에 출간되었다. 이로써 황현산은 한국 문단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존재했다. 한국 시단의 전위라 불리는 ‘미래파’는 선생에게 큰 빚(?)을 졌다. 골방에서 곰팡내나 풍겼던 황병승, 김이듬 시인을 비롯한 무명 시인들이 선생의 해설로 문단의 재조명을 받았다. 선생의 해설 「실패의 성자」에 힘입어 나도 용기를 냈다. 난해함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황병승의 시집 『육체쇼와 전집』을 펼쳤다.
선생의 첫 산문집은 총 여든 편의 에세이가 담겼다. 1980년대부터 2013년까지 삼십 여년에 걸친 글을 추려 1, 3부에 실었다. 공동체 파괴에 대한 문인들의 공감대로 사회 참여를 이끌어 낸 글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 용산 참사 / 영어 강의 / 김예슬 대자보 사건 / 4대강 사업 / 석탄합리화사업 / 군복무가산점제 / 학생체벌·학교집단폭력 / 친일작가 / 스위스은행 비자금 / 노르웨이 극우테러 / 유신시대 금지곡 / 달동네 재개발 / 교수 석궁 테러 / 제주 강정 구럼비 바위
2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강운구, 구본창의 사진 5컷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을 실었다.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 낮이 사회적 자아의 세계라면 밤은 창조적 자아의 시간이다. 낭만주의 이후의 문학, 특히 시는 이 밤에 모든 것을 걸었다.”(220쪽) 이성의 시간인 낮에 비해 상상력의 시간인 밤을 추켜올린 이 대목이 표제를 낳았다. 표지사진은 독인 현대회화를 이끄는 팀 아이텔의 유화 『Untitled(Observer)』(2011)이다. 마지막 꼭지는 「삼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는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