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거품예찬

대빈창 2017. 11. 23. 07:00

 

 

책이름 : 거품예찬

지은이 : 최재천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2001, 효형출판)

『알이 닭을 낳는다』(2001, 도요새)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2007, 궁리)

『거품예찬』(2016, 문학과지성사)

 

자연과학자·생물학자 최재천의 책을 10여년 만에 잡았다. 책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 133편이 묶였다. 일정한 칼럼 분량으로 글은 두 쪽이 한 꼭지로 읽기가 편했다. 조중동을 사갈시하는 나에게 몇 편의 칼럼을 눈요기할 기회는 진즉부터 차단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생명의 ‘진화의 기본은 거품이며 스스로 낭비를 채택’했다. 지구의 어떤 생물도 미래 환경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거기에 알맞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번식을 할 수 없었다. 5부로 구성된 책에서 1·2·3부는 진화와 생명, 인간과 동물, 환경과 생태에 대한 글들을 묶었다.

딸꾹질은 인간이 올챙이로 살던 시절에 뻐끔거리며 하던 아가미 호흡이 연상되고, 아기의 칭얼거림은 동생의 탄생을 지연시키려는 진화적 적응이었다. 소금에 들어있는 나트륨과 칼륨 이온이 신경세포의 막을 교대로 넘나들며 생성하는 전위차의 변화가 신경을 따라 전파되며 우리 몸의 모든 생리현상이 조절되었다. 뻐꾸기 배의 깃털무늬가 새매를 쏙 빼닮아 개개비가 뻐꾸기를 매로 착각하여 둥지를 버리고 달아난 틈에 잽싸게 알을 낳고 사라졌다. 도구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침팬지 ‘판 하빌리스pan habilis'의 등장은 인간의 존재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 위대한 발견이었다. 온 몸이 낚싯줄과 그물에 엉킨 돌고래와 고래, 병에 머리가 낀 붉은 여우는 스스로 인간에게 다가와 도움을 요청했다. 21C 상품경제를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을 약탈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보는 어리석음으로 모든 생명체를 절멸 위기로 몰아넣었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구의 역사를 담은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찍는다면 마지막 장면에 인간이 또다시 등장할 확률은 영(0)에 가까울 것이다.”

저자는 2013년부터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이다. 4·5부의 글은 정치·외교·교육·문화 등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과 제언, 통찰을 담았다. 나의 눈에 거슬린 글들이 곧잘 눈에 뜨였다. 미국작가 알렉산더 체이스Alexander Chase는 “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 가장 쉽게 믿는다.”고 했다. 저자는 이를 창의성과 사기성은 백지 한 장 차이라고 말했다.  원칙을 중시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대통령 시절의 박근혜에게 저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 대통합을 이루기를 고했다. 창조경제의 모호함과 불안함이 바로 창조의 불씨를 지피리라고. 박근혜의 불통정치를 비판할 수 있는 언로가 차단되었거나, 자기검열을 의식하지 못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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