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네
지은이 : 문동만
펴낸곳 : 창비
넓다란 서재에서, / 또는 조용한 산사에서 / 파이프 물고 펜대 굴리는 당신들이 / 억지로 억지로 쓴 시 / 바로 그 글이 / 노동자를, 농민을 펜촉으로 / 수도 없이 / 찔러 왔음을 안 것은 / 40도가 넘는 모진 열기가 / 짠밥으로 꼬여진 / 내 창자를 익힐 때였다.
나의 책장에서 오래 묵은 책 가운데 공장노동자 시절부터 손 가까이 두었던 책이 몇 권 있다.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1990년도 초판을 찍어 낸 『노동자문예운동』도 그중 한 권이다. 뒤 페이지에 ‘6개 지역 노동자문학회 시모음집’인 『작업화 굵은 자국을 찍으며』 광고가 실렸다. 부천노동자문학회 문동만의 시 「당신들은」의 전문이다. 내가 오래전에 접한 노동자 시인의 첫 시였다. 1996년 첫 시집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를 펴낸 지 13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시집은 4부에 나뉘어 63편이 실렸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김수이의 「서정시가 파닥거린다!」였다.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는 부조리하고 불평등했다. 치열한 노동현장과 건강한 민중의 삶을 노래한 시인의 어조는 여전했다. 지금도 민중과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가난하고 힘겹고 소외되었다. 민중의 삶은 수십 년 전과 바뀐 것이 전혀 없었다. 마지막은 시편들에 등장하는 억압받고 소외된 이 시대의 민중이다.
생라면 까먹는 아이 / 자전거 타는 혼혈아 / 제정신이 아닌 소녀 / 저울질하는 아버지 / 홍어집 전라도 이모 / 아내 정부 조적공 / 배차장의 미친 여자 / 오토바이집 스무살 견습공 / 한겨울 석화 캐는 작은 여인 / 백령도 꽃게잡이 뱃사람 / 뜰채질하는 벙어리 여자 / 깡마른 소금꽃 핀 아이 / 작은 지게에 나뭇짐 진 아이 / 젓갈 광주리 인 초로의 여인 / 가구공장 열일곱살 형 / 삼양동 언덕길 홍등 작부 / 94일 농성에서 경찰과 구사대의 조롱에 투신한 여인 / 구사대로 팔린 서울지하도 노숙자 / 십오년 지하전기실 박기사 / 축구공 꿰매는 등굽은 사내 / 삼십년 객짓밥 혼자사는 노동자 / 콩나물 파는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