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지은이 : 박형권
펴낸곳 : 모악
군소 / 붕장어 / 짱뚱어 / 감성돔 / 복어 / 쥐노래미 / 망상어 / 꼼치 / 삼숙이 / 장대 / 수조기 / 용치놀래기 / 아귀 / 멸치 / 홍합 / 도다리 / 광어 / 두줄망둑 / 보리멸 / 전갱이 / 전어 / 베도라치 / 학꽁치 / 갈치 / 밴댕이 / 농어 / 볼락 / 자리돔 / 쥐고기 / 주꾸미 / 반원니꼴뚜기 / 긴꼬리벵에돔 / 꼼장어 / 해마 / 고등어 / 숭어 / 돌창게 / 날치 / 개우럭 / 돌돔 / 미더덕 / 아홉톰배기 / 돛돔 / 꽃게 / 대구 / 말똥성게
시편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큰아버지, 아버지, 시인, 아들의 낚싯대나 큰어머니의 맨 손에 걸려 든 남해의 해산물이다. 시집에 등장하는 물고기들은 시인의 고향 가덕도와 부산, 마산, 진해 바다를 떠돌았다. 정일근 시인은 시집을 ‘박형권 어보(漁補)’로 정의했다. 시집은 1부 낚시의 유래 - 14편, 2부 마산바다 - 14편, 3부 더는 가지마라 - 13편, 4부 모든 것이 배웅이었다 - 11편으로 52편이 실렸다. 해설은 시인의 모교(경남대) 문학평론가인 김경복의 「생명의 바다를 물들이는 망향의 시」다. 평론가는 시인의 첫 시집을 민중적·농경적 상상력을, 두세 번째 시집은 소외와 가난의 현실주의적 상상력을, 이번 시집은 바다와 유년으로 출렁대는 원초적 그리움을 그렸다고 평했다. 시인의 첫 시집 『우두커니』(2009, 실천문학사)에 이어 두 번째 잡은 시집이었다.
위에 열거한 물고기 외에 시인이 가진 어류도감에 실리지 않아 표준 이름을 알 수 없는 4마리의 물고기가 등장했다. 풀무대가리, 꺽두구, 꼬랑치, 좇노래미. 풀무대가리는 대가리가 몸의 반을 차지하는 생김새로 보아 주문도에서 기름망둥어, 얼룩망둥어로 부르는 낚시에 물리면 재수 없는 물고기로 보였다. 큰어머니가 젓을 담가 김해장에 내다 파는 돌창게는 주문도에서 바우재로 부르는 민꽃게일 것이다. 농어 새끼를 가덕도는 가지메기, 주문도는 깔때기라고 불렀다.
달이 뜨지 않는 그믐밤이면 바다는 스스로 밝다 / 파도에 뛰어든 뿌연 인광이 항구의 앙가슴처럼 스스로 무너진다 / 아직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 순결한 밤일수록 더욱 빛난다 / 빛도 바다의 일부분인 것을 어부들은 안다 / 가덕도 사람들은 어두운 밤바다의 인광을 ‘시거리’라고 부른다
표제작인 두 번째 시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14 ~ 15쪽)의 일부분이다. ‘가덕도 탕수구미’는 시인이 유년시절 아버지와 같이 낚시를 하던 추억어린 장소였다. ‘시거리’는 가덕도 사람들이 야광충이 내는 바다의 빛을 일컫는 말이다. ‘상향(尙饗)’은 축문의 맨 끝에 쓰는 죽어가는 존재들에 대한 애도의 언사다. 시인은 경제지상주의 상품경제 체제에서 인정이 사라진 세태와 공동체의 붕괴를 애도했다. 고향 가덕도 유년시절의 순수한 세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제문 형식으로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