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

대빈창 2017. 12. 18. 07:00

 

 

책이름 :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

지은이 : 쯔안

옮긴이 : 김영문

펴낸곳 : 알마

 

판화가 남궁산의 『인연을, 새기다』(오픈하우스, 2007)는 인연 있는 우리나라 문인과 예술인 50명의 장서표에 대한 이야기다. 10년 전에 잡은 책과의 인연으로 세계 각국의 장서표 200개가 실린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를 잡게 되었다. 저자 쯔안子安은 중국에서 제일가는 장서표 수집가로 1만매에 달하는 장서표를 소장하고 있다. 개인 장서표관인 〈쯔안판화장서표관〉을 개관 운영하고, 중국미술가협회 장서표연구회 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장서표에 대한 해설 100꼭지로 구성되었다. 쯔안의 소장품 중 19세기 말에서 현재까지 통용된 유럽 각국의 시기별 장서표 200매가 수록되었다.

장서표藏書票는 책의 소장자를 표시하기 위해 표지 뒷면이나 면지에 부착하는 표식이다.  책의 소유를 표시하려고 판화를 만들어 여러 번 찍어 책에 붙였다. 장서표에는 애서가의 은밀한 내면과 시대적 문화 코드가 숨어있다. 반드시 ‘누구누구의 장서에서’라는 의미의 라틴어 ‘Ex Libris'가 인쇄되었다. 장서표가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후반 인쇄술이 발달하여 책의 제작과 유통이 활성화되고 부터였다. 지금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장서표는 1450년 독일에서 만들어졌다. 책에 실린 장서표의 주인은 찰스 디킨스,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 등 영국 문인과 영국독서협회, 작가 클럽과 같은 독서단체, 구미의 대학과 공공도서관 등 기관이었다. 책의 해설과 함께 수록된 100편의 장서표 가운데 1/3은 미국의 황금세대 5대가의 작품이었다. 시드니 스미스, 아서 맥도널드, 에드윈 프렌치, 조지프 스펜슬리, 윌리엄 홉슨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 장서표 발전에 공헌한 다섯 사람이다.

표지그림의 장서표는 오스트리아 초기 장서표로 막스 키슬링거Max Kislinger(1895 ~ 1983)의 1968년작이다. 크기는 15 x 9㎝이다. 표제가 적힌 장서표의 주인은 뉴욕주립대 역사학과 교수 노먼 언호르닝으로 애서가로 유명했다. 장서표에 그려진 사형집행인은 교수형 틀 앞에서 왼손에 책을 들고, 오른손으로 교수형 올가미를 가리키고 있다. 머리 위 말풍선 안에 표제가 적혀있다. 책의 부제 「애서가들의 장서표 이야기」가 말하듯 장서표 애용자들은 하나같이 책벌레였다. 조선 후기의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가 남긴 시 구절이다.

 

“차서환서구일치(借書還書俱一痴) - 책은 빌려주는 사람도 돌려주는 사람도 바보”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마제국쇠망사  (0) 2017.12.22
분명한 사건  (0) 2017.12.20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0) 2017.12.11
현대시작법  (0) 2017.12.08
그네  (0)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