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로마제국쇠망사
지은이 : 에드워드 기번
옮긴이 : 강석승
펴낸곳 : 동서문화사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 인도의 총리 자와할랄 네루, 『국부론』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노벨문학상 수상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등이 애독서로 손꼽은 책은 18C 영국의 합리적인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37 ~ 1794)의 『로마제국쇠망사』였다. 독서에 매달렸던 병약한 영국 소년은 자라서 문장가가 되었다.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로 연인을 잃은 상실감에 여행을 떠났다. 로마의 카피톨리누스 언덕에서 폐허를 바라보자 한줄기 영감이 떠올랐다. 책을 구상하고 완성하는데 무려 23년이 걸렸다. 27세 때 첫 문장을 잡은 이래 50세인 1787년에 완성했다. 57살의 짧은 생을 마친 역사가는 독신으로 살면서 생의 절반을 『로마제국쇠망사』 집필에 매달렸다. 『로마제국쇠망사』는 총 6권의 대작으로 완역되었다. 내가 잡은 책은 발췌 번역본이었다. 로마의 이탈리아 반도 점령, 카르타고의 붕괴와 아프리카 식민지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공적, 로마제국의 기독교 국교화, 콘스탄티노플의 함락 등 로마제국 흥망사를 담았다.
책은 2세기부터 15세기까지 1500여년에 걸쳐 역사상 유례없는 제국을 건설한 로마의 흥망에 대한 이야기다. 로마제국의 역사는 보통 사람의 시간관념으로 헤아릴 수 없을만치 장구했다.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운 것이 BC 753년 이었다. 고조선이 수도를 요하 왕검성에 둔 것이 BC 800 ~ 700년이었고,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BC 722년에 시작되었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투르크 군에 함락되어 동로마(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1453년은 조선에서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으로 조카 단종의 권력을 쿠데타로 빼앗은 해였다. 이해 영국과 프랑스는 100년 전쟁을 끝냈다. 로마제국의 역사는 한반도에서 고조선, 원삼국, 통일신라, 후삼국, 고려, 조선시대 등 수많은 나라가 명멸한 역사와 시기가 같았다.
"로마의 쇠퇴는 제국의 거대함에서 비롯된 자연스럽고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번영이 쇠퇴의 원리를 무르익게 한 것이다. 정복지역이 확대되면서 파멸의 원인도 증가했다. 그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위적인 기둥이 제거되자마자 이 거대한 건축물은 자체의 무게 때문에 무너졌다." 저자의 말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은 달이 차면 기울게 마련이다. 얼치기 생태주의자에게 로마제국 몰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원낭비로 보였다. ‘팍스 로마나’라는 번영을 구가한 로마 제국 시대는 지구 기후의 이상적인 온난기 였다. 로마인들의 낭비적 생활방식은 자원 확보를 궁리하기보다 끝없이 환경을 파괴했다. 기후변화가 온난기를 지나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자 제국의 문명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서로마제국은 기후가 추워지면서 살 길을 찾아 남하한 게르만족들에게 헤게모니가 넘어갔고, 동로마제국은 버틸만큼 버티다가 소아시아권 문명에 귀속되었다.
500여쪽 분량의 제법 두꺼운 양장본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저자의 명쾌하고 매혹적인 문장에 사로잡혔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법은 사문화(死文化)하는데, 그렇다고 인도주의가 그것을 대신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모든 황제 중 가장 어리석은 자에 의해 시작되어 가장 방탕한 자에 의해 지속되고 가장 소심한 자에 의해 끝난 약 40년간의 전쟁 후에 브리타니아 섬의 대부분이 로마의 속주로 전락했다."
"대중은 로마에서 유행하던 다양한 형태의 숭배가 모두 똑같이 진실하다고 생각했고, 철학자들은 똑같이 거짓되다고 생각했으며, 행정관들은 똑같이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대화는 이해에 깊이를 더해준다. 그러나 고독은 천재를 만든다. 또 작품의 통일성은 그것이 한 사람 손에 만들어진 것임을 얘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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