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지은이 : 바트 어만
옮긴이 : 강창헌
펴낸곳 : 갈라파고스
예수전 - 김규항 /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김진호 / 신의 역사·신을 위한 변론 - 카렌 암스트롱 /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 신은 위대하지 않다 - 크리스토퍼 히친스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 버트런드 러셀 /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 앨버트 놀런 / 예수의 미스터리 그리고 성서 - 현진석
나의 생이 한국인의 기대 수명에 가깝다면 현재 2/3 지점을 넘어섰다. 그래서일까.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신과 종교에 관한 책들이다. 18세기 말 이후 현대의 그리스도교 연구자들은 역사적 예수를 종말론적 예언자, 혁명가, 갈릴리 지도자, 랍비, 폭력적 게릴라 등 다양한 시각으로 보았다. 성서학자이자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학자인 바트 어만은 반역죄로 십자가에 처형된 갈릴래아 출신 묵시론적 예언자가 만물을 창조한 유일한 하느님과 동일하게 여겨지게 된 역사적 과정을 밝혀냈다. 예수의 신성이 교회의 교의가 되는 300년의 역사가 한 권의 책에 집약되었다.
예수가 신성한 차원으로 고양된 것은 추종자들이 예수의 부활을 믿게 되면서부터였다. 예수 제자들은 환시 체험으로, 부활 신앙을 통해 예수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예수가 신적 존재가 된 것이다. 만약 예수가 일으켜졌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 그는 고대 유대교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는 누구였는가?
해제를 쓴 종교학자 오강남은 이렇게 말했다. "네 복음은 모두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네 복음서 중 서기 65 - 67년경 제일 먼저 쓰였다고 하는 마르코 복음에서는 예수의 하느님 아들됨이 그가 세례를 받을 때라 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 후 10 - 15년이 지나 쓰여진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서는 예수의 하느님 아들됨이 그의 출생시로 당겨진다. 그러다가 다시 10 - 15년이 지나 90 - 95년경에 쓰여진 요한 복음에서는 예수가 태초부터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과 함께 하면서 창조에 참여하고 그 후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인간 예수가 신이 되었다고 하고, 요한 복음에서는 신이 인간이 되었다고 주장한 셈이다."(440쪽)
2, 3세기는 예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졌던 복음서가 여럿 있었다. 책은 예수에 관한 논쟁에서 이긴 편의 정통설과 진 편의 이단설을 소개했다. 역사적으로 예수가 완전히 하느님이 된 것은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가 소집한 325년 터키의 니케아 공의회였다. 그리스도론과 배치되지 않은 네 복음서만 정경으로 채택되었다. 다양한 시각의 다른 복음서들은 폐기처분되었다. 우리가 아는 사도신경은 니케아 공의회 합의의 결과물이었다.
역사적 예수는 갈릴래아 출신의 젊고 급진적인 묵시론적 예언자였다. 예수는 자기 시대의 불의, 고통, 억압, 소외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땅의 보수 교회는 그리스도교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보수 교회는 예수보다 마몬(물질적 부)을 숭배하는지 모르겠다. 민중을 억압, 착취하고 국정을 농단했던 박근혜 정권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의 배후세력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고, 교회 세습, 공금 횡령·배임 등 도덕적 타락은 속세를 살아가는 이들이 오히려 종교인의 타락을 걱정할 지경이 되었다. 한국의 대형 교회가 진정으로 예수의 복음을 실천하는 날은 언제 올 것인가. 서해의 작은 외딴섬 가난한 교회. 새벽 4시 30분. 부흥회 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열세번 울렸다. 긴긴 겨울밤 어둠의 장막을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밝혔다. 엊그제 내린 눈발이 녹으면서 언덕길은 얼음판으로 변했다. 흐린 불빛에 의지해 종종걸음으로 언덕길을 오르는 노인네들의 가슴에 표지 가죽이 손길에 닳아 너덜너덜해진 성경이 안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