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손잡고 더불어
지은이 : 신영복
펴낸곳 : 돌베개
정치란 무엇인가.
평화와 소통과 변화의 길이다.
광화문(光化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길이다.
작년 여름 나는 1,000번째 포스팅 글로 신영복 선생의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의 책 리뷰를 올렸다. 마지막을 2016 ~ 2017년 겨울의 촛불혁명을 예견한 듯한 글로 삼았다. 시작 글은 『손잡고 더불어』의 헌사이기도 했다. 대담집 발간에 부쳐 「신영복 사상으로 한 걸음 더」를 쓴 김명인(문학평론가)은 선생의 1주기를 맞아 말했다.
“아쉽다. 1년만 더 사셔서 광화문에서 또 전국 각지의 광장에서 주말마다 100만 시민이 구름같이 모여 벌이는 이 아름다운 난장에 함께할 수 있었더라면 과연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궁금해진다. 아마 많이 좋아하셨을 것이다.(······) 모두가 각자 한 그루의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다시 그 나무들이 따로 또 같이 모여 숲을 이루는 세상, 선생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그 대동의 세상이 이 겨울의 광장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어 저 세상에서 신영복 선생이 흐뭇하게 미소 짓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신영복(1941 ~ 2016) 선생의 1주기에 맞춰 나온 두 권의 책에서 대담집 『손잡고 더불어』는 새해 첫 글로 미리 마음에 두고 있었다. 책은 선생이 20년 20일이라는 오랜 영어(囹圄)에서 풀려 난 1989년부터 타계하기 전인 2015년까지 25년 동안 이루어진 대담을 연대순으로 실었다. 인터뷰어는 김정수(가톨릭 사제), 정운영(경제학자), 홍윤기(철학자), 김명인(문학평론가), 이대근(언론인), 탁현민(공연연출가), 지강유철(문화기획자), 정재승(과학자), 이진순(언론학자), 김영철(교육자) 이었다. 나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글은 경제학자 故 정운영(1944 ~ 2005)과의 1992년 대담이었다. 선생과 경제학자는 서울대 상대 선후배지간이었다. 대담은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의 유연한 에세이스트가 아닌 좌파 경제학자·변혁운동가로서의 선생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선생이 가신 지 2주년이 되었다. 생이 흔들릴 때마다 선생이 남긴 10여권의 책에 나의 손길은 머뭇거릴 것이다.
“가장 ‘과학적’인 등산 코스가 이론적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이 ‘과학적’이란 용어에 담긴 교조성입니다. 오늘 등산의 목적과 성격이라든가, 함께 산을 오르는 일행의 성별, 연령, 체력 등에 따라 그 과학성이 얼마든지 재규정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83쪽)
“진보성이나 사명감보다는 친구들이 힘들게 운동하는데 자기가 참여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참여했던 사람들이 꾸준히 현장을 지키고 있었어요.”(253쪽)
“그 시대를 정직하게 호흡하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삶,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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