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5

병신년丙申年 동지冬至의 텃밭

이미지는 병신년 동짓날 텃밭입니다. 세 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오른쪽 두 두둑은 마늘이고, 왼편 푸른 쪽파 옆 한 두둑은 양파입니다. “막내오빠가 농사지은 쌀과 김장이라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먹지도 못하고 죽게 생겼네.” 병원을 나와 섬으로 향하며 뒷좌석의 어머니의 말씀입니다.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솟구칩니다. 누이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간신히 숨을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식물인간이 된 지 일주일째입니다. 작년 7월 어머니가 척추협착증 수술로 3주째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누이가 병간호를 맡았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던 누이가 자꾸 토했습니다. 대장암이었습니다. 이 땅에서 가장 용하다는 ○○대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 중이었습니다. 때가 늦었나봅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기침이 심하더니 폐..

텃밭을 부치다 2016.12.21

양파는 달다.

어머니가 깔방석에 앉아 양파를 다듬고 계십니다. 다행입니다. 온전치 못하시지만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습니다. 먼동이 터 옵니다. 밥을 안쳤습니다. 산책을 미루고 텃밭에 내려섭니다. 목장갑을 끼고 헌 신발을 꿰찹니다. 비닐구멍이 불쑥 솟았습니다. 양파 한 알이 주먹만 합니다. 반시간 만에 양파를 다 캤습니다. 아침을 먹고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돌아오니 어머니는 가위로 양파의 줄기와 뿌리를 다듬고 계셨습니다. 주문도에 살터를 꾸린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양파다운 농사를 지었습니다. 장마전선이 남부까지 올라왔습니다. 창고 바닥에 그물깔개를 폅니다. 삼태기도 준비합니다. 빗방울이 돋으면 지체 없이 두둑에 널린 양파를 창고에 들여야 합니다. 하늘이 많이 찌푸렸습니다. 『내 손으로 받는 우리..

텃밭을 부치다 2016.06.22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우다.

절기는 소설에서 대설로 향합니다. 농부들의 원망을 샀던 하늘이 때 아닌 요즘 물기를 자주 내 보입니다. 눈이 와야 할 시기에 찬 겨울비만 연일 줄금 거렸습니다.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영락없이 싸라기눈이 내렸습니다. 텃밭의 월동채소가 네 두둑을 차지했습니다. 썬 짚을 깔고 부직포를 씌운 마늘 두 두둑과 쪽파 반 두둑. 그리고 올해 처음 부직포를 씌운 양파 한 두둑입니다. 어머니가 섬으로 들어오시던 다음해 씨 마늘을 유명한 망월마늘로 구입했습니다. 어머니의 잔손길이 묻은 마늘농사를 7년째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마늘 종구는 진즉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쪽파는 찬 계절을 맨 몸으로 이겨낼 것입니다. 올 대파는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작파했습니다. 귀하디귀한 김장에 넣을 중하..

텃밭을 부치다 2015.12.03

김장을 담그다.

뒷울안을 돌아나오는 어머니의 눈가가 물기로 흥건했습니다. 주말 누이가 오후배로 섬을 떠났습니다. 전날 매제가 포터를 끌고 섬에 들어왔습니다. 적재함에 작은형과 누이네 김장김치가 가득 들어찼습니다. 인천 사는 작은형은 휴일 김포 누이 집을 둘러 자기 몫의 김장김치를 찾아 가겠지요. 어머니가 섬에 들어오시고 입동 주간의 연례행사로 올해가 7년째입니다. 8일 입동 다음날부터 누이는 5일간 세 집 김장을 담느라 몸살까지 얻었습니다. 어머니가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시자, 누이는 올 김장을 50포기로 대폭 줄였습니다. 어머니가 달포 전부터 김장에 들어 갈 마늘과 생강을 미리 손질하셨기에 이마저 가능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김장 첫날의 텃밭 모습입니다. 무와 순무 일부만 걷어 들였습니다. 지금 배추는 반 두둑만 남았고..

텃밭을 부치다 2015.11.16

신묘년辛卯年 대설大雪의 텃밭

큰 눈이 온다는 대설 아침입니다. 하지만 올 겨울은 눈이 귀합니다. 흔적만 보인 첫눈이 온지가 꽤 오래입니다. 눈다운 눈은 아직 구경도 못 했습니다. 늦은 해는 이제야 봉구지산 정상을 넘어와 느리 마을을 비춥니다. 저희 집이 봉구지산 등산로 초입이라 마을 정경이 렌즈 안에 다 들어왔습니다. 저 멀리 섬의 큰 마을인 진말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산자락에 걸려 있습니다. 고갯길이 끝나는 허공은 바다입니다. 1년이 채 안된 진순이(진돗개 트기)가 신기한 지 카메라를 들고 나온 저에게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앞산 솔숲에서 공포에 찌든 어느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옵니다. 저는 올무에 걸린 고라니인 줄 알았습니다. 그때 앞집 형님이 산을 거슬러 올라 닭장으로 향합니다. 매입니다. 닭장 위 높은 가지위에 올라앉은 매를 ..

텃밭을 부치다 201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