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 2

느리가 신통하다.

‘느리’는 산부리가 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곶(串)이 있는 주문도의 자연부락 이름이면서 새 식구가 된 지 달포가 지난 우리집 진돗개 새끼 이름입니다. 어머니는 동네 이름을 자꾸 까먹으십니다. 하루에 몇 번씩 강아지를 부르시면 자연스럽게 기억에 오래 남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느리는 작은 형 손에 끌려 낯설고 물 선 서해의 외딴 섬까지 네 시간의 고된 여행을 마쳤습니다. 어머니 방에 군불을 때는 아궁이를 들인 봉당이 느리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보일러실과 붙어있어 찬 계절을 이겨내기에 강아지한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엄마 품을 떠나 상자에 갇혀 먼 길을 온 느리가 연신 끙끙거리며 작은 몸을 떨었습니다. 어머니는 느리가 안쓰러운지 방에서 함께 지내셨습니다. 방바닥에 깔린 두툼한 헌옷이 녀석의 잠자리가 되었습니다. 느..

부직포를 벗기다.

지난 15일 마늘·양파 두둑의 부직포를 벗겼습니다. 부직포를 씌운 지 두 달 보름만입니다. 이미지에서 보듯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섬에 삶터를 꾸린 지 7년 만에 양파 두둑에 한겨울 부직포를 피복했습니다. 작년 양파농사는 추위와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고사했습니다. 할 수없이 읍내 종묘상에서 묶음 양파를 사다 양파 두둑에 새로 이식했습니다. 한여름 양파를 수확하자 구근이 턱없이 작았습니다. 저장성이 떨어져 쉽게 썩어 문드러집니다. 저도 살길을 찾아 애쓰는 지 싹이 빨리 나와 자랐습니다. 늦가을 월동작물 파종 시기입니다. 마늘은 여적 하던대로 종구를 소독하여 묻고 짚을 깔고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양파도 포트묘를 이식하고 처음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감나무집 형수는 새 부직포를 안까워하며 양파의 겨우내 성장을 우..

텃밭을 부치다 201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