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는 산부리가 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곶(串)이 있는 주문도의 자연부락 이름이면서 새 식구가 된 지 달포가 지난 우리집 진돗개 새끼 이름입니다. 어머니는 동네 이름을 자꾸 까먹으십니다. 하루에 몇 번씩 강아지를 부르시면 자연스럽게 기억에 오래 남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느리는 작은 형 손에 끌려 낯설고 물 선 서해의 외딴 섬까지 네 시간의 고된 여행을 마쳤습니다. 어머니 방에 군불을 때는 아궁이를 들인 봉당이 느리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보일러실과 붙어있어 찬 계절을 이겨내기에 강아지한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엄마 품을 떠나 상자에 갇혀 먼 길을 온 느리가 연신 끙끙거리며 작은 몸을 떨었습니다. 어머니는 느리가 안쓰러운지 방에서 함께 지내셨습니다. 방바닥에 깔린 두툼한 헌옷이 녀석의 잠자리가 되었습니다.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