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북반구에서 낮 시간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를 지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로 향하고 있었다. 이름그대로 하지감자를 수확할 시기였다. 지구열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한반도의 기존 장마 공식이 깨졌다. 그동안 장마전선은 북상하면서 제주도부터 시작되어 남부, 중부에 많은 비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면서 마른장마가 이어지다가 국지적으로 무지막지한 폭우를 퍼부었다. 이를 ‘도깨비 장마’라고 불렀다. 이제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했다. 언제든지 때를 가리지 않고 비를 퍼붓기 때문이다.하지가 하루 지난 주말 아침, 오랜만에 빗줄기가 오락가락했다. 하도 반가운 빗님이시길래 슬라브 옥상에 올랐다. 단비에 젖어가는 텃밭을 이미지로 잡았다. 못자리를 앉힌 후 비 한 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