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마지막 절기로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가 내일모레입니다. 얌전하게 오시는 봄비를 맞으며 무리지은 수선화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수선화(水仙花)는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속에 빠져 죽은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을 떠올립니다.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란 세대에게 수선화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나의 눈에 수선화가 잡힌 것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의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완당평전 2』(학고재, 2002) 480쪽의 사진은 제주도 대정 추사 적거지 돌담 밑의 피어나기 시작한 수선화를 담았습니다. 추사는 8년 3개월을 제주 대정에서 위리안치 유배생활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보기 어려워 귀물(貴物) 대접받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