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5

수선화가 피어나다.

봄의 마지막 절기로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가 내일모레입니다. 얌전하게 오시는 봄비를 맞으며 무리지은 수선화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수선화(水仙花)는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속에 빠져 죽은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을 떠올립니다.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란 세대에게 수선화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나의 눈에 수선화가 잡힌 것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의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완당평전 2』(학고재, 2002) 480쪽의 사진은 제주도 대정 추사 적거지 돌담 밑의 피어나기 시작한 수선화를 담았습니다. 추사는 8년 3개월을 제주 대정에서 위리안치 유배생활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보기 어려워 귀물(貴物) 대접받는 수..

탈 난 쇠소鐵牛를 왕진往診 가다.

서도(西島) 군도(群島)는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람 사는 섬은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말도입니다. 하루 두 번 강화도를 오고가는 여객선 삼보 12호가 닿지 못하는 섬이 말도(唜島)입니다. 말도는 일주일에 세 번 면소재지인 주문도와 행정선으로 연결됩니다. 이래저래 사람이 살아가는데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말도도 농사짓는 섬으로 논이 3만평이나 됩니다. 쇠소(鐵牛)가 탈이 나면 수의사가 왕진(往診)을 가야 합니다. 위 이미지는 10월 초순 말도 공터의 농기계수리 모습입니다. 말도는 4월 초순 모내기를 앞두고, 10월 초순 벼베기를 앞두고 1박2일로 두 번 일정을 잡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수의사(농기계정비기술연구회) 두 분이 말도 쇠소들의 치료를 맡았습니다. 보시다시..

섬을 걷다

책이름 : 섬을 걷다지은이 : 강제윤펴낸곳 : 홍익출판사 거제-지심도. 통영-욕지도, 연화도, 우도, 두미도, 매물도, 소매물도, 추봉도, 비진도. 완도-여서도, 덕우도. 제주도-가파도, 마라도, 추자도. 옹진-자월도, 대이작도, 소이작도. 신안-임자도. 군산-어청도, 연도. 여수-거문도. 대천-외연도. 강화-볼음도, 아차도, 주문도, 말도, 석모도, 미법도, 서검도. 시인이 걸은 이 책에 등장하는 29개의 섬이다. 표지 사진은 강화 볼음도의 전경이다. 시인과의 인연을 떠올리려 책을 들척인다. 인쇄일은 2009년인데, 발행일이 2008년이다. 오타다. 이 책은 2009년 1월에 인쇄하고 발행했다. 특이하다. 지은이의 인지를 붙이는 란에 ‘유랑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러고보니 나와 시인과의 인연은 5년 ..

말도를 아시나요

서도면에는 유인도가 4개 있습니다.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말도입니다. 외포리여객터미널에서 하루 두 번 서도(西島) 군도(群島)를 왕복하는 카페리호에 승선해도 말도는 갈 수 없습니다.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도에 가려면 행정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월, 수요일은 외포리 해경파출소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행정선을 이용하고, 금요일은 여객선으로 주문도에 닿아, 주문도에서 출발하는 행정선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그러기에 금요일은 말도 주민과 휴가를 나오는 해병대원만 이용합니다. 월, 수요일도 우체부나 공무수행 차 출장 나온 공무원들이 이용합니다. 일가친척이 말도를 방문하면 2 ~ 3일 묵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한 용무로 말도에 들어가려면 미리 신고를 해야만 합니다. 그럼 말도 주민들의..

서도면에는 서도가 없다

주문도의 봉구지산 정상에서 부감한 서도(西島) 군도(群島) 입니다. 황금 들녘은 대빈창 벌판입니다. 요즘 보기 힘든 다랑구지 논들 입니다. 제방너머 물이 빠지면서 갯벌이 드러났습니다. 가까운 섬이 아차도이고, 왼켠 상단의 섬이 볼음도입니다. 서도면은 면을 구성하는 4개의 유인도가 서해상에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4개의 섬은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말도이고,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강화군 행정단위의 막내라 할 수 있습니다. 외포리 항에서 객선으로 1시간 40여분 정도가 소요되는 바닷길은 먼저 볼음도를 들르고, 아차도를 거쳐 주문도에 닿게 됩니다. 이 서해상의 외딴 섬들은 피서 성수기가 다가오면 적막하기까지 한 고요를 깨고 한껏 기지개를 켭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도시 생활의 부산함을 털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