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봉구산자락에 앉았습니다. 단층집 옥상 슬라브는 봉구산을 오르는 진입로와 높이가 비슷합니다. 뒤울안의 경사면은 화계花階로 꾸몄습니다. 마당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텃밭입니다. 텃밭은 대략 40여 평으로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언덕을 깎아 석축을 쌓았습니다. 언덕을 오르며 우리집을 바라보면 영락없이 이층집입니다. 1층 3칸은 창고로 농기구와 퇴비포대 그리고 진돗개 트기 느리가 한 칸을 집으로 삼았습니다. 김포 통진에서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로 삶터를 옮긴 지 15년이 흘렀습니다. 2007년 여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화장 유골을 봉구산 아름드리나무 밑에 가매장 했습니다. 초겨울 이삿짐을 옮기고 다음해 봄, 산림조합의 나무시장에서 3년생 모과나무를 들여왔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