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 무덤을 논두렁에 써서 비가 오면 떠내려 갈까 청개구리가 우는 거래.”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조그만 녀석의 금속성 울음이 찢어질 듯 요란합니다. 모과 열매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앉았습니다. 청개구리가 마구 울어 비가 퍼 부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7년 8월 8일(음) / 안셀모 / 자연으로 돌아가시다. -
모과나무 옆 누워있는 작은 비석에 새겨진 문구입니다. 아버지가 안식을 취하신 모과나무는 수령 10년이 되었습니다. 모과나무가 그럴듯하게 열매를 매달았습니다. 그동안 1 ~ 2개가 고작이었습니다. 30여개 모과가 새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무게를 받쳐주려 줄을 매었습니다. 올해 아버지가 식구들에게 모과를 내주셨습니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열매가 연두에서 노랑으로 변해갑니다. 모과를 과도로 얇게 저며 가을볕에 말려야겠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천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음용할 차입니다.
사무실 나무계단 경사면 모과나무도 어김없이 주먹만 한 모과를 탐스럽게 매달았습니다. 작년과 올해 모과가 풍년입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모과나무도 자손을 퍼뜨리려 많은 열매를 매단 지 모르겠습니다. 강화도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입니다. 작년은 560㎜, 올해는 현재까지 300㎜가 고작입니다. 올 한해도 1/4만 남았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서해 섬들의 상시적 기후 변화입니다. 주문도와 볼음도의 저수지는 오래전에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풀밭에서 고라니가 뛰어 놀 지경입니다. 못자리를 두 번 앉혀 모를 낸 벼들은 애만 쓴 꼴입니다. 이삭 팰 시기 물이 말라 쭉쩡이만 달렸습니다. 수확은 물 건너갔습니다. 농민 심정은 불을 싸지르고도 모자랍니다. 벌써 내년 농사가 걱정입니다. 모내기 할 저수지 물은 말랐고, 짠물이 솟구쳐 관정을 뚫을 처지도 못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중사리로 불어난 바닷물이 배수갑문을 통해 수로로 역류해 들어왔습니다. 아침 일찍 논을 둘러보던 농민이 물을 보자 앞뒤 생각 없이 수로의 괸 물을 수중모터로 금이 쩍쩍 간 논바닥에 퍼 올렸습니다. 수로의 물을 떠다 염도 검사를 하니 0.64나 되었습니다. 이삭 팬 이후 벼농사의 염농도 한계는 0.3이었습니다. 수치상 두 배가 넘는 짠물을 돈으로 끌어 들였습니다.
오랜만에 몇 방울 줄금거리던 빗방울이 그새 바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머니가 하늘을 원망하시며 혀를 차십니다.
“시작은 잘 해 놓고. 비 좀 주시기가 그렇게 아까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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