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벼를 벤 논에 흑염소 3마리가 묶였습니다. 아니 목줄이 없는 새끼염소에게, 줄 메인 어른염소 2마리가 서로 스킨십을 합니다. 흑염소는 우리나라 재래종으로 수컷에게 수염이 있고, 한 배에 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아! 흑염소가 재래종이었구나. 저는 어릴 때 늘 흰 염소만 보고 컸기에 흑염소가 재래종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의아했습니다. 고향 김포 들녘 시골마을의 유일한 염소는 흰 놈이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대학시절 살아있는 염소보다 먹거리로 놈과 친했습니다. 짝사랑하던 여학생 집은 흑염소탕 전문점이었습니다. 연일 술독에 빠져 살던 저는 술이 덜 깬 이른 아침부터 흑염소탕 국물을 후룩 거렸습니다. 여학생을 보기 위해 술에 부대 낀 속을 흑염소탕 국물로 달랬습니다.
“저 놈들이 아침 운동하게 만든다니깐.”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만난 사람 좋은 감나무집 형이 허허 웃으십니다. 3마리의 흑염소는 한 가족 3代입니다. 흑염소는 한 배에 2마리를 낳는다고 하니 3대째 한 놈씩을 팔아 돈을 샀을 것입니다. 옆집 형은 아침마다 흑염소들을 풀이 우거진 곳으로 옮겨 맵니다. 제초제를 칠 수 없는 친환경 축사 조성에 흑염소가 큰 공을 세웠습니다. 흑염소는 잡초의 억센 뿌리까지 깨끗이 먹어치웁니다. 녀석들이 오늘은 벼 베기를 마친 논에 묶여 논둑의 잡풀을 뜯습니다.
염소는 귀에 물이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은 속설이었습니다. 밤새 비가 퍼부었는데도 이튿날 녀석들은 끄떡없이 의연하게 물기가 흥건한 풀을 뜯었습니다. 비를 맞아 죽기보다 흑염소는 미련스럽기까지 한 고집으로 어이없는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나무 둥치에 목줄을 메면 녀석은 밤새 한 방향으로 돌다가 목이 메여 죽습니다. 흑염소를 방사하여 키우려면 고리를 땅에 박아 녀석이 제 마음대로 원을 그리며 풀을 뜯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녀석들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할미와 어미가 머리를 들이밀며 가까이 다가섭니다. 제 새끼를 보호하려는 모성애입니다. 길에서 만난 다른 짐승들은 서로 도망가기 바쁜데 이 놈들은 오히려 사람한테 대듭니다. 새끼 염소는 걷는 것이 아니라 통통 튀는 것처럼 보입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가족의 보호아래 제 맘껏 뛰어노는 새끼가 평화로워보였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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