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3

적막 소리

책이름 : 적막 소리 지은이 : 문인수 펴낸곳 : 창비 군립도서관의 도서대여 기간은 3주였다. 나는 일상을 도서대여 날짜를 중심으로 맞추었다. 3주에 한번 뭍에 나갔다. 병원, 약국, 은행, 문방구, 마트, 철물점, 식당 등 ······. 일을 보기 전에 두 곳의 도서관에 둘러 여덟아홉 권의 책을 빌렸다. 항상 시집 한두권을 포함시켰다. 문학평론집에서 시인을 처음 만났을 것이다. 군립도서관에 시인의 시집 세 권이 비치되었다. 내가 잡은 세 번째 시집은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었다. 故 문인수(文仁洙, 1945-2021) 시인은 불혹의 나이에 등단했다. 시집은 ‘삶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과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어가 반짝이는 선명한 이미지 묘사로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적막 소리』는..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책이름 :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지은이 : 문인수 펴낸곳 : 창비 내가 잡은 시인 故 문인수(文仁洙, 1945-2021)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1985년 문예지 『심상』 신인상으로 시단에 나왔다. 불혹을 넘긴 만 41세의 늦깍이 등단이었다.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는 칠순과 시력詩歷 30주년을 맞은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이었다. 시집은 “응축된 언어에 실린 진지한 성찰과 곧은 시정신의 기품으로 서정의 미학을 펼쳤다”고 평가받았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7편이 실렸다. 시인 정우영은 발문 「명랑성으로 그윽한 신명의 흔연」에서 “즐거움을 바탕 삼아 세상 살아가는 양동陽動의 기운, 신명을 이번 시집에서 신바람나는 시화詩化로 되살리고 있는 것”(102쪽)이라고 했다. 「죽도시장 비린내」(16-1..

배꼽

책이름 : 배꼽 지은이 : 문인수 펴낸곳 : 창비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 /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사람이야말로 절경이다. 그래, / 절경만이 우선 시가 된다. / 시, 혹은 시를 쓴다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결국 / 사람 구경일 것이다. ‖시인의 말‖의 1연이다. 시인의 ‘사람’은, 문학평론가 김양헌은 해설 「실존의 배꼽을 어루만지다」에서, ‘꼭지는 우리의 부모나 조부모가 맞닥뜨렸던 혹독한 삶의 실상을 되살려 낸 존재’(106쪽)라고 명명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갑남을녀나 장삼이사보다 더한 현실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맞고만 있는 존재라고 나는 생각했다. 고갯길 올라가는 독거노인 / 갯벌 조개잡이 할머니 / 미장이 사내 / 경운기 모는 영감 농부 / 횡단보도 무단횡단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