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환의 택리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옥한 땅으로 전라도는 남원과 구례, 경상도는 성주와 진주를 꼽았다. 차창으로 보이는 길가나 낮은 구릉마다 붉은 꽃을 매단 배롱나무가 지천이다. 춘향터널을 지나자 남원시내였다. 구례로 넘어서면서 배롱나무꽃이 더욱 붉어진 것 같았다. 지역으로 더욱 남녘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오후 시간이 흐르면서 빛의 굴절에 따른 시각차이에서 오는 나의 착각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놈 예린이가 멀미가 나는 지 엄마품에서 연신 칭얼거렸고, 채린이가 자꾸 앞좌석으로 넘어와 뒷좌석에 설치하는 유아용 안전놀이매트를 도로가 휴게소에서 마련했다. 둔중한 지리산의 산세가 점차 가까워오는데 채린은 연신 바다타령을 했다. 아마 채린이는 아빠가 여름휴가를 백부댁이 계신 울진 바닷가로 정한 것을 귀동냥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