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2

천왕봉이 지켜보는 여정 - 4

이중환의 택리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옥한 땅으로 전라도는 남원과 구례, 경상도는 성주와 진주를 꼽았다. 차창으로 보이는 길가나 낮은 구릉마다 붉은 꽃을 매단 배롱나무가 지천이다. 춘향터널을 지나자 남원시내였다. 구례로 넘어서면서 배롱나무꽃이 더욱 붉어진 것 같았다. 지역으로 더욱 남녘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오후 시간이 흐르면서 빛의 굴절에 따른 시각차이에서 오는 나의 착각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놈 예린이가 멀미가 나는 지 엄마품에서 연신 칭얼거렸고, 채린이가 자꾸 앞좌석으로 넘어와 뒷좌석에 설치하는 유아용 안전놀이매트를 도로가 휴게소에서 마련했다. 둔중한 지리산의 산세가 점차 가까워오는데 채린은 연신 바다타령을 했다. 아마 채린이는 아빠가 여름휴가를 백부댁이 계신 울진 바닷가로 정한 것을 귀동냥한 모..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책이름 :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지은이 : 황지우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이번 책을 잡으면서 나는 황지우의 시집으로는 두번째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1년전 시인의 첫 시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잡았었다. 아! 그런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전문) - 를 읽으면서 나의 눈길은 방 한벽을 차지한 서가를 훑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1995년 학고재 화랑에서 열린 시인의 조각전을 기념해 출간한 조각시집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얇은 부피로 다른 책들 틈에 끼어 숨어 있었다. 도록 형식의 시집은 부피에 비해 꽤나 가격이 비쌌다. 조각에 문외한인 내가 왜 이 시집을 구했을까. 시인의 다른 예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