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소사료 2

그 많던 기러기들은 다 어디 갔을까

나의 산책 코스는 알파벳 대문자 V자字 또는 빗살무늬토기의 바깥 면을 따라가는 형상입니다. 토기의 아가리에서 출발해 바깥 선을 따라 뾰족한 바닥에 닿으면 봉구산 자락의 고추밭입니다. 사람이 밭으로 일구기 전에는 봉구산에 내린 빗물이 한데 모여 바다로 쓸려나가는 계곡이었을 것입니다. 토기의 아가리 부분은 바다와 다랑구지 들녘을 경계 지은 제방입니다. 제방너머 푸른 바다를 볼음도와 아차도, 주문도 바우지가 삼각형으로 에워쌌습니다. 이미지의 다랑구지는 한 필지도 남김없이 가을갈이를 했습니다. 강화도․교동도․석모도 들녘은 커다란 비닐 물체가 시린 겨울 햇살을 튕겨내고 있었습니다. ‘볏짚 원형 곤초 사일리지’로 볏짚에 미생물 첨가제를 처리하여 비닐로 감싼 소사료입니다. 코로나 정국으로 인한 조사료 공급부족으로 소..

청양고추를 삼킨 기러기

겨울 햇살이 봉구산을 넘어 온 늦은 아침, 산자락 옛길을 따라 아침 산책에 나섰다. 이미지는 고추밭에서 휴식을 취하던 기러기 떼가 인기척에 놀라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옛길은 산자락을 벗어나 논길로 이어지고, 대빈창 해변 제방에 연결되었다. 길을 따라가면 기러기 똥이 여기저기 널렸다. 두 잠을 잔 누에 같기도 하고, 난로 땔감 펠릿처럼 생겼다. 주문도의 겨울 전령은 기러기였다. 녀석들은 콤바인이 들녘에 나타나는 때를 용케 알아챘다. 벼를 벤 논바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는 흘린 낱알을 알뜰하게 주워 먹었다. 몇 년 전부터 겨울 주문도 들녘에 기러기가 많이 날아왔다. 교동대교와 석모대교가 놓였다. 두 섬이 뭍과 연결되며서 녀석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공룡알이나 마시멜로로 부르는 ‘볏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