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짧은 겨울은 벌써 사방에 어둠의 커튼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올 겨울은 눈이 흔합니다. 겨울 들어 내내 쌓인 눈이 섬을 온통 하얗게 덮었습니다. 집 뒤 봉구산 자락을 따라가는 옛길입니다. 산자락의 경사는 밭이고 길 아래는 바다까지 다랑구지 논들이 이어집니다. 교교한 달빛아래 길가의 갈대들이 흰머리를 풀어 헤치고 키를 늘였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는 곳에서 날개 짓 소리가 점차 고조되더니 끼오륵 ~ ~ 꺄륵 ~ 요란한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립니다. 기러기들이 일제히 날개를 펴고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었던 기러기들이 어느새 V자 편대를 이루어 밤하늘을 가로 지릅니다. 녀석들의 안온한 휴식을 제가 방해 놓았습니다. 기러기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신경이 아주 예민합니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