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2

기러기 날아오르다...

해짧은 겨울은 벌써 사방에 어둠의 커튼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올 겨울은 눈이 흔합니다. 겨울 들어 내내 쌓인 눈이 섬을 온통 하얗게 덮었습니다. 집 뒤 봉구산 자락을 따라가는 옛길입니다. 산자락의 경사는 밭이고 길 아래는 바다까지 다랑구지 논들이 이어집니다. 교교한 달빛아래 길가의 갈대들이 흰머리를 풀어 헤치고 키를 늘였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는 곳에서 날개 짓 소리가 점차 고조되더니 끼오륵 ~ ~ 꺄륵 ~ 요란한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립니다. 기러기들이 일제히 날개를 펴고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었던 기러기들이 어느새 V자 편대를 이루어 밤하늘을 가로 지릅니다. 녀석들의 안온한 휴식을 제가 방해 놓았습니다. 기러기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신경이 아주 예민합니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몇 ..

야윈 한가위 보름달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에 나섰습니다. 대빈창 해변 솔밭에 야영 텐트가 대 여섯동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향을 찾았다가 옛 추억이 그리워 싸늘한 날씨에도 바깥 잠을 청하나 봅니다.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추레한 몰골을 한 진분홍의 저녁 노을위에 부피감이 뚜렷한 먹장구름이 하늘의 성채처럼 걸렸습니다. 봉구산자락으로 접어듭니다. 날이 흐려서인지 하늘에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은 낮과 밤의 경계입니다. 벌판의 벼들이 이삭이 무거워 한껏 고개를 숙였습니다. 말그대로 황금빛 들녘입니다. 내일모레 농부들은 벼베기를 할 날을 손꼽을 것입니다. 15호 태풍 볼레반에 휘둘린 고추 포기에 새잎이 돋았습니다. 고구마는 태풍이 지나간 후 넝쿨을 바짝 땅에 대고 눈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섬 주민들에게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