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도에 삶터를 내려놓은 지 7년이 넘어섰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아침, 저녁으로 짧은 순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순례는 폭우나 폭설 등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두 다리가 움직이는 한 지속될 것입니다. 저는 여섯 시에 일어납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바로 봉구산 숲속으로 들어섭니다. 산정에서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며 서도 군도(群島)를 부감합니다. 사시사철 바뀌는 물때와 갯벌, 점점이 떠있는 무인도들, 섬들 사이 바다에 떠있는 어선들. 계절이 깊어 가면서 색이 변하는 들녘에 눈길을 주고 산을 내려옵니다. 해가 늦은 겨울에는 일곱 시에 산에 듭니다. 저녁 여섯 시. 밥을 먹자마자 등산화 끈을 조입니다. 저녁 순례입니다. 들녘을 가로질러 대빈창 해변을 향하다가 봉구산자락으로 접어듭니다. 봉구산의 옆구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