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산 2

소금쟁이는 어디로 갔을까

주문도에 삶터를 내려놓은 지 7년이 넘어섰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아침, 저녁으로 짧은 순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순례는 폭우나 폭설 등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두 다리가 움직이는 한 지속될 것입니다. 저는 여섯 시에 일어납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바로 봉구산 숲속으로 들어섭니다. 산정에서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며 서도 군도(群島)를 부감합니다. 사시사철 바뀌는 물때와 갯벌, 점점이 떠있는 무인도들, 섬들 사이 바다에 떠있는 어선들. 계절이 깊어 가면서 색이 변하는 들녘에 눈길을 주고 산을 내려옵니다. 해가 늦은 겨울에는 일곱 시에 산에 듭니다. 저녁 여섯 시. 밥을 먹자마자 등산화 끈을 조입니다. 저녁 순례입니다. 들녘을 가로질러 대빈창 해변을 향하다가 봉구산자락으로 접어듭니다. 봉구산의 옆구리를 ..

봉구산을 오르다

가급적 저는 아침에 봉구산을 오릅니다. 낮이 무더웠거나, 밤기운이 갑자기 내려간 다음날 어스름이 거치기 시작하는 무렵 산을 오르면 그림처럼 안개가 산정에서 거슬러 내려 옵니다. 참으로 몽환적인 풍경입니다. 서도면은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강화도의 막내 행정구역입니다. 면소재지 주문도 중앙에 자리잡은 봉구산은 해발 146m입니다. 쉽게 연상하자면 제주도가 한라산과 그 능선으로 이루어진 섬처럼 주문도와 봉구산의 관계가 그와 같습니다. 걸어서 3시간이면 일주가 끝날 정도로 작은 섬입니다. 주민수는 300여명. 섬이라 일반인들은 어민과 바다고기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주업은 농업입니다. 논이 25만여평 됩니다. 그리고 산자락의 밭이랑을 일궈 주민들은 생계를 꾸려 갑니다. 저의 집뒤가 바로 등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