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대빈창 2016. 9. 7. 07:00

 

책이름 :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지은이 : 앨버트 놀런

옮긴이 : 정한교

펴낸곳 : 분도출판사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와 『예수의 미스터리 그리고 성서』 그리고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제목만 일별해도 ‘사람의 아들 예수’를 다룬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권이 사이좋게 책장에서 어깨를 겯었다. 책이름을 처음 어디서 접했을까. 책을 손에 넣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마을공화국의 꿈 홍등마을 이야기』에 실린 풀무학교 전공부 강사 강국주의 짧은 글 네 편중 하나일까. 확실하지 않다. 정기구독잡지 『녹색평론』에 실린 젊은 시절 편력했던 책을 소개하는 하나의 글이었을까. 후자가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책씻이한 지금 책을 연결시켜 준 이가 새삼 고마웠다. 주문했던 뭉텅이 책을 읍내서점에서 받아들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눈에 담아 두었던 표지가 아니었다. 프레스코 성화로 노란 벽면에 빛나는 황금왕관이 하단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에 들린 책은 흰 바탕에 혈흔이 선명했다. 그랬다. 내가 본 표지그림은 출간 25주년 기념판이었다.

  “제3 세계 민중에게 바칩니다.”라는 헌사의 책은 그리스도 이전의 예수, 즉 성경속의 박제화된 인물이 아닌 한 시대를 살다 간 역사적 인물 예수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였는가를 밝혀내고 있다. 예수는 모자라는 사람이 없게 재물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소유를 나누어 갖는 공동체를 꿈꾸었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교양·재산·혈통·권력·지위·덕성 그 밖의 소원성취나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기에 사랑받고 존경받는 그런 사회’(106쪽) 이었다. 예수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피압박 하류계급이었다. 예수의 동기 부여는 지극한 연민과 사랑이었다. 예수에게 세상은 빗나가고 죄 많은 세대였다. 세상의 정치적·사회적 현실 구조를 모조리 단죄했다. 모두가 다 악이었다. 깡그리 사탄에 속하는 것이었다. 비단 예수 시대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제대로 된 현실인식 소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현재의 종말론적 상황이 예수 시대와 같다는 것을.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우리 시대의 사건과 문제점들 속에서, 예수는 우리가 진리 자체의 소리를 알아듣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필경 결단하고 행동해야 할 것은 우리다.”

작고한 사진가 최민식의 『HUMAN』 리뷰를 올리면서 분도출판사의 임인덕 신부를 소개했다. 경북 칠곡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운영하는 분도출판사는 책 잘 만들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시인 김영무, 사진가 최민식, 사제 장익·정양모의 책을 펴냈다. 앞날개의 옮긴이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 사제 정한교는 23년간 분도출판사 편집장을 지냈다. 2004년 2월 선종했다. “그건 편집부에 가서 물어보십시오.” 책 나오기가 왜이리 더디냐는 물음에 임인덕 신부의 대답이었다. 신부는 항상 편집부의 뜻을 존중했다. 빨리 끝내라는 독촉에 편집부는 “항상 끝나야, 끝난다.” 이었다. 좋은 책이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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