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문인 줄 알았다
지은이 : 김원중
펴낸곳 : 천년의 시작
악사가 음악을 그치자 / 마법이 사라졌다
읽고 있던 책의 / 활자가 뒤틀리고 / 기다리던 당신이 / 돌아왔다
영원으로 가는 길엔 / 날개가 필요하다 / 모든 것 비워 / 공기처럼 가벼운 / 만지면 바스러질 / 날개, / 영혼의 문
첫 시 「지금」(13쪽)과 마지막 시 「잠자리」(100쪽)의 전문이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4 시편이 실렸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이형권의 「이성을 넘어서, 이상을 찾아서」다. 평자에 따르면 첫 시는 ‘시는 인간 세상에 정신과 이상을 존재케 하는 것’(102쪽)이고, 마지막 시는 ‘현대 사회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여리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예술 혹은 시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123쪽)으로 시인의 시관(詩觀)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시인을 정기구독하는 생태환경문화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통해 만났다. 2016년 6월호 「자연과 공생, 언어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의 인터뷰 글이었다. 시인은 ‘문학과 환경학회’를 창립했고, 대학에서 영미시를 가르치며 생태문학을 소개해 온 영문학자였다. 나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온라인 서적 검색창에 언뜻 스치는 시인의 이름을 입력했다. 생태문학 번역물(머릿속은 생태에세이를 그리며)을 찾았다. 이런 횡재가. 수지맞은 기분이었다. 이 땅의 생태시 분야는 황무지나 다름없다. 나는 생태를 다룬 시로 시인 이문재의 시집을 전부 갖고 있다. 생태문학을 알리는 영문학자의 시집은 분명 생태시일 것이 분명했다. 나의 조급증은 읍내서점의 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다. 시집이 눈에 뜨이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보물을 발견한 행운이었다. 벌써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기다려졌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상에 숟가락 하나 (0) | 2016.09.23 |
---|---|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0) | 2016.09.21 |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0) | 2016.09.07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0) | 2016.09.05 |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0) | 2016.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