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지은이 : 황선도
펴낸곳 : 부키
대표 바닷물고기 - 명태 / 아귀 / 숭어 / 실치 / 조기 / 멸치 / 조피볼락 / 넙치 / 복어 / 뱀장어 / 갈치 / 전어 / 고등어 / 홍어 / 꽁치 / 청어
엑스트라 바닷물고기 - 대구 / 물메기·꼼치 / 수조기·보구치·부세·민어·눈강달이·황강달이 / 삼세기·쑤세기·쥐노래기·줄노래기 / 가자미 / 밴댕이 / 참치·방어·부시리 / 간재미·노랑가오리
명태는 단일 어종으로 세계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류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반 15만 톤이 잡혀 최고를 기록했으나, 2008년 공식적인 어획량이 0 이었다. 복어는 어떻게 맹독을 몸에 지녔을까? 복어가 스스로 독을 만들기보다 먹이를 통하여 독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실험실에서 부화한 양식 복어는 독을 지니고 있지 않다. 뱀장어는 심해어였다가 생존경쟁 진화결과 담수로 피신했다. 유전자의 지시는 죽을 때 고향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산란하고 죽음을 맞게 했다. 동북아산 뱀장어의 고향은 필리핀 마리아나 해저산맥 사이의 서북 태평양이었다. 고등어의 등색이 푸른 이유는 먹이를 찾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바닷물과 구별이 안되고, 등의 녹청색 물결무늬는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모양과 같다. 배가 은색인 것도 포식자가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햇빛이 투과된 은백색의 수면과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홍어를 음란한 물고기로 보았다. “양 날개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는데, 교미할 때 암컷의 몸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암컷이 낚싯바늘을 물면 수컷이 달려들어 교미를 하다가 다 같이 낚싯줄에 끌려오는 예가 있다.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색을 밝히다 죽는 셈이니, 이는 음淫을 탐하는 자에게 본보기가 될 만하다.”(217쪽) 비속어에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있다. 이는 홍어의 두 개의 가시가 조업하는 뱃사람에게 방해가 되어 어부들은 잡히는 즉시 칼로 가시를 쳐내서 유래한 말이다. ‘아싸, 가오리’는 과부들 사이에서 퍼진 말이라는 믿거나말거나 비속어도 있다. 가오리류의 홍어가 ‘거시기'가 두개인데서 연유한 말이다.
책은 30여년간 바닷물고기를 연구한 ‘물고기 박사’가 쓴 대중교양서다. 우리 바다의 대표적인 물고기 16종의 생태와 신비, 이름과 유래, 현장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표제처럼 블랙박스는 멸치 머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바닷물고기가 장착하고 있었다. 경골어류 물고기는 귓 속에 이석을 가지고 있다.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물고기가 살아 온 여러 정보가 기록되어 물고기의 숨겨진 비밀을 캐낼 수 있다. 3개의 강(한강, 임진강, 예성강) 하구인 강화도 바다는 어족자원이 풍부했다. 강화도에 물고기 박사의 걸음이 잦을 수밖에 없다. 교동도를 마주한 호젓한 포구 ‘황복마을’ 하점면 창후리에, ‘밴댕이 마을’인 화도면 선수 포구에, 강화도 뱀장어 전문식당을 찾아 선원면 더리미 포구에, 한강 하구 강화도 바다에서 실뱀장어를 잡아 실험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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