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백석 평전
지은이 : 안도현
펴낸곳 : 다산책방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제당도 초시도 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평전을 쓴 시인 안도현이 30년 전에 처음 만났던 백석의 시였다.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온 이동순(시인·문학평론가)이 엮은 『白石詩全集』의「모닥불」(25쪽)의 전문이다. 전집의 초판 간행은 1987년도였다. 책은 분단이후 최초로 백석의 시작품을 수집 정리했다는 의의가 있었다. 백석 문학 연구사의 첫 물꼬를 튼 것이다. 지금도 기억은 또렷하다. 1988년 이전까지 이 땅에서 시인 백석(1912 ~ 1996)을 논한다는 것은 금기였다. 대학시절, 지도교수는 졸업논문으로 월북작가를 추천했다. 나는 내심 『낙동강』의 조명희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조명희의 실천적 삶을 다짐하며 신흥공단도시의 노동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평전에 자주 등장하는 시인의 절친 화가 정현웅의 컷이 전집의 겉표지를 장식했다.
나는 시인 안도현을 1981년 신춘문예당선작인 「서울로 가는 전봉준」으로 처음 만났다.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의 한 구절을 표제로 삼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과 음식시편인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잡았다. 시작법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를 통해 시인의 시 창작의 전형이 백석인 것을 눈치 챘다. 백석의 창작방법론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지.”(99쪽) 이었다. 천황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태평양전쟁 시기 백석은 5년간 붓을 꺾었다. 저자는 현재 시를 쓰지도 읽지도 않는 절필 중이었다. 그런데 가장 긴 글을 써냈다. 백석의 생애를 시인적 직관과 통찰력으로 복원한 『백석평전』이다. 평전(評傳)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필자의 논평을 겸한 전기(傳記)를 가리킨다. 이 책은 나를 백석과 시인 안도현과 한번 더 만날 수 있게 했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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