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건축, 사유의 기호
지은이 : 승효상
펴낸곳 : 돌베개
오스트리아 빈 - 아돌프 로스 - 로스하우스(Looshaus)
이탈리아 코모 - 주세페 테라니 - 파시스트의 집(Casa del Fascio)
독일 슈투트가르트 -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 - 바이덴호프 주거단지
프랑스 파리 - 르 코르뷔지에 - 빌라 사모아(Villa Savoye)
프랑스 리옹 - 르 코르뷔지에 - 라 투레트 수도원
인도 바라나시 - 르 코르뷔지에 - 찬디가르 신도시
독일 베를린 - 한스 샤로운 - 베를린 필 하모니 홀
독일 베를린 - 루드비히 비스 반 데어 로에 - 베를린 국립미술관 신관
멕시코 멕시코시티 - 루이스 바라간 - 카푸친 파 수녀원 / 산 크리스토발 경마훈련장
방글라데시 다카 - 루이스 칸 - 국회의사당
프랑스 파리 - 리처드 로저스&렌조 피아노 - 퐁피두 센터
프랑스 파리 - 요한 오토 폰 스프렉겔슨 - 라 그랑 마르세(La Gande Arche)
독일 프랑크프르트 - BJSS(베를린 출신 젊은 건축가 4인) - 뢰머 광장 / 쉬른 미술관
프랑스 파리 - 도미니크 페로 - 프랑스 국립도서관
스페인 바로셀로나 - 안토니오 가우디 - 귀엘 공원
스웨덴 스톡홀름 - 시구르트 레베렌츠 - 우드랜드(Woodland) 공동묘지
건축가 승효상이 발로 밟은 20세기 불멸의 건축들이다. 책은 저자가 깊은 영향을 받은 건축과 건축가들에 대한 사유의 기록이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짓고 너무도 쉽게 허무는 것 아닌가.”(238쪽) 재건축이 확정되었다고 마을 입구에 경축이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자기 집과 동네가 헐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분명 이 땅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땅은 건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대충 살다가 값이 오르면 되팔고 주거를 옮기면 그 뿐이다. 삶은 없고 투기만 두 눈 시퍼렇게 뜬 경박하기 짝이 없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일간지는 부동산 면은 있지만 건축 칼럼에 지면을 내주지 않고, 새로운 건축을 소개하면서 건축가는 없고 시공회사만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건축가는 물신에 사로잡힌 천민자본주의의 건축과 주거현실에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이 땅은 “천민자본이 득세하여 도시는 이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그러진 건축물들로 어지럽고 그 속의 문화에는 퇴폐와 저질이 만연해 있으며, 사회는 온통 부정과 부패의 가십으로 가득 차 있다.”(34 ~ 36쪽)
첫 장 「아돌프 로스와 로스 하우스」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우리는 이 미궁의 시대를 꿰뚫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36쪽) 건축가는 건축(建築)에 대한 개념부터 새롭게 세웠다. 건축은 ‘세우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어서 만드는 것’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삶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며, 즉 사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건축이다. 나는 책갈피를 열자마자 건축가의 철학에 깊이 빨려 들었다. 당대가 인정하는 최고의 건축가답게 깊은 사유의 세계와 탁월한 해석이 돋보였다. 건축가는 어느 누구보다 폭넓은 지식의 소유자였다. 따라서 가장 감동적인 책을 낼 수 있었다. 아쉬웠다. 출간된지 10여년이 넘어서 책을 잡다니. 하지만 다행이다. 건축가는 도면쟁이가 아니라 탁월한 인문학자였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