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주식회사 대한민국

대빈창 2016. 8. 1. 07:00

 

 

책이름 : 주식회사 대한민국

지은이 : 박노자

펴낸곳 : 한겨레출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독거노인 아사 / 삼성노동자 백혈병 56명 사망 / 대학 비인기학과 폐지 / 비정규직 근로자 / 경비노동자 분신자살 / 백인 유학생 유치경쟁 / 비정규직 대학강사 자살 / 영어논문·유명 해외학술지 게재 / 전교조 법외노조 / 조현아 땅콩회항 / 재벌회장 운전기사 폭행 / 북유럽 이민 / 국정원·내란음모 / 양심수·공포정치 / 통일대박론 / 역사교과서 국정화 / 유사 파시즘 / 국책영화 〈국제시장〉 / 뉴라이트 역사관 / 대미종속·신식민지 / 아류 제국주의 ·한국식 노무관리 / 서울 송파구 세모녀 자살 / 군대폭력·군 자살자 / 극기훈련캠프 / ‘대성공사’ 탈북자 고문

 

헬조선 대한민국을 해부하는 이 책의 중심 키워드다. 여기서 헬조선은 영어의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신분이 세습되는 전근대국가 조선이 합친 말이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의 신조어는 압도적인 절망 코드다. 3포세대·5포세대·7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취업, 주택, 인간관계, 희망을 포기한 젊은이)·영포자(영어를 포기한 청소년·청년)·이태백(20대 태반은 백수)·인구론(인문계 졸업자는 90%가 논다) 등.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예산 비율은 10.4%로 OECD 국가 중 단연 꼴찌다. 프랑스·핀란드와의 비교는 아예 포기해도 경제력이 훨씬 처지는 에스토니아(16.3%)와도 격차가 너무 크다.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4만원으로 일본의 15만원보다 훨씬 높다. 대한민국은 1997 ~ 1998년 환란을 계기로 악질기업으로 변했다. 10대그룹 대주주 10명이 상장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최근 4년동안 약 1조원이나 된다. 그런데 한국의 1년간 실업급여 예산은 3조6000억원 정도다. 70만명 이상이 되는 공식 실업자들이 받을 돈의 약 30%에 해당되는 금액을 최고 부자 10명이 개인적으로 챙겨가는 셈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거의 절반에 육박하여 산업화된 국가 중에서 단연 최악이다. 프랑스(5%)나 독일(10%)은 물론 미국(14%)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이 땅에서 노인은 이용가치가 없는 폐품으로 취급받는다.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는 노인의 탈출구는 자살이 유일했다. 65살이상 한국노인 자살률이 10만명당 80명이다.

현대판 계급사회인 기업국가 대한민국은 생존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여 끊임없이 착취를 이어가는 헬조선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자본의 탐욕을 견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자본의 이익 집중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폭력으로 막는 조폭 노릇에 충실하다.

재벌경제가 아무리 수출을 잘해도 다수의 삶이 더욱 나빠지는 경향은 더욱 가파르게 지속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정치다.” 저자는 말했다. 정치의 본질이란 현재의 대한민국의 구조를 유지하려는 지배계층의 힘과 그에 맞서는 피해대중들의 저항력. 이 두 거대한 힘이 서로 맞서 그 사이에서 어떠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즉 헬조선의 피해자들이 연대해서 이 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살길은 없다고.

철딱서니 없던 시절, 나는 자살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책임하게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죽을 용기가 있으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무한경쟁사회 대한민국이 세뇌한 이데올로기 모르핀에 중독된 헛소리였다. 한국은 품위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졸부로,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젊은 계모한테 모든 것을 맡겼다. 막장으로 치달아 파탄일보 직전의 가족이 눈앞에 그려졌다. 코쟁이, 쪽바리한테 온갖 아양을 떨며 눈초리를 내리 깔지만, 집안에 들어서면 피죽 한그릇 못먹어 피골이 상접한 의붓자식을 표독스럽게 대하는 계모가. 요즘 이 땅의 돌아가는 꼴을 보며 떠오르는 그림 한 장면이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쇼 하이쿠 선집  (0) 2016.08.11
만국의 노동자여  (0) 2016.08.08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0) 2016.07.28
손세실리아 시집 두 권  (0) 2016.07.25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0) 201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