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손세실리아 시집 두 권

대빈창 2016. 7. 25. 07:00

 

 

책이름 : 기차를 놓치다 / 꿈결에 시를 베다

지은이 ; 손세실리아

펴낸곳 : 애지 / 실천문학사

 

기차를 놓치다 ; 2006년 ; 4부 55편, 방민호(문학평론가) - 고통에서 구원으로 가는 순례길 ; 첫 시집 - 애지시선

꿈결에 시를 베다 ; 2014년 ; 5부 55편, 임옥상(미술가) - 찐, 짠, 쩡 ; 두 번째 시집 - 실천시선

 

유용주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한창훈의 『향연』, 이정록의 『시인의 서랍』, 박남준의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도대체 나는 시인 손세실리아를 어떤 책에서 처음 접했을까. 성심부족이다. 게으르다. 산문집들을 다시 펼칠 엄두가 안 났다. 위 네 에세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장수 덕유산, 거문도, 충남 예산, 지리산 악양. 네 작가는 중앙문단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문단 행사 때마다 앞장서 궂은일을 도맡는 진국(?) 작가들이다. 글 쓰는 사람의 인지사정이란 중앙의 대형출판사에서 첫 책을 꾸미는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유명 출판사의 제의를 거절하고 대전의 작은 지역출판사에서 첫 시집을 묶었다. 시인의 산문집 『그대라는 문장』과 시집 두 권을 읍내서점에 부탁했다. 세월 묵은 두 권은 품절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근년에 출간된 시집 한 권은 손에 닿겠지. 웬걸. 한 달 만에 들른 서점 주인이 웃으면서 세 권의 책을 건넸다.

 

저잣거리를 전전하는 탁발승의 언 발이며 / 아직 바다에 이르지 못한 풍경 속 목어다 / 신께 바치는 송가와는 거리가 먼 / 인간사 연민의 서술이며 / 거대 담론이나 혁명이나 초탈이 아닌 / 소심함과 머뭇거림과 뒷걸음질 / 미주알고주알과 하찮음과 오지랖 / 바닥 중에서도 / 맨 / 밑바닥

 

두 번째 시집의 마지막 시 「내 시의 출처」(104 ~ 105쪽)의 일부분이다. 말 수 없는 노숙자 사내·비렁뱅이 계집·초도 출신 여수 횟집 주인 김진수·전화교환원 출신 휠체어 탄 아내를 둔 택시기사 출신의 목수·뒤처진 새끼 새 거둬 먹이는 장단마을 김씨·수협공판장 일용직 잡부 곰소댁·체滯내는 까막눈 어머니·보도블록에 소국 몇 단 판 벌이고 조는 노파·감은사지 그늘에서 잠깐 눈 붙이고 길 떠나는 중년사내·제주 두모악 사진작가 故 김영갑·방콕 빈민촌 출신 악어쇼 여자조련사 스무 살 두완 등. 시인은 약육강식만이 미쳐 날뛰는 이 땅에서 가난하고 약하고 소외되고 뒤떨어진 이들에 따듯한 눈길을 보냈다.

 

p. s 생뚱맞게 『꿈결에 시를 베다』는 미술가 임옥상이 발문을 맡았다. 나에게 민중 화가는 가장 먼저 《보리밭》이 연상되었다. 풍성한 보리밭에 분노한 농민을 대비시킨 이 땅의 농촌현실을 고발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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