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채식주의자

대빈창 2016. 8. 29. 05:51

 

 

책이름 : 채식주의자

지은이 : 한강

펴낸곳 : 창비

 

주민자치센터에 책이 왔다. 두 권이 눈에 뜨였다. 『백석 평전』과 『채식주의자』. 몇 년 전 나는 이시백과 최용탁의 농촌소설에 매료되어 이상문학상과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손을 떼었다. 인기 작가의 잘 팔리는 소설과 담을 쌓았다는 말이다. -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 축하할 일이다. 맨 부커상(Man Booker Prize)은 프랑스의 콩쿠르상,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권위 있는 영국의 문학상이다. 작가 한강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책은 역대 최고 속도로 날개달린 듯 팔려 나갔다. 작가의 다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와 소설집 『흰』도 날개가 돋았다.

나는 작가를 90년대 중반 처음 만났다. ‘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이 한강의 「붉은 닻」이었다. 작가는 소설가 집안으로 명성이 높다. ’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은 한동림의 「변태 시대」다. 오누이가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을 연이어 석권했다. 한강의 부친은 유명한 작가 한승원이다. 1988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 「해변의 길손」으로 다가왔다. 이상문학상 유일한 공동수상작으로 기억에 오래 남았다. 공동 수상작은 임철우의 「붉은 방」이었다. 「몽고반점」은 2005년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버지와 딸 부녀 2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다.

표지 그림이 눈에 새롭다. 에곤 실레의 「네 그루의 나무」(1917년)다. 에곤 실레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20세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였다. 실레의 그림은 왜곡된 인체를 에로틱하게 그렸다. 표지는 낯선 표현주의적 풍경화였다. 표제와 연관성을 갖는 실레의 그림을 선한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여체의 에로틱한 그림을 선했다면 「몽고반점」이 연상되었을 것이다. 연작소설은 중편소설 3부작으로 구성되었다. 표제작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이다. 어릴 적 키우던 개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를 둘러싸고 1부는 남편의 시각으로, 2부는 형부의 시각으로, 3부는 언니의 시각으로 그렸다. 영혜는 동물에서 얻은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 비건(Vegan)이 되었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가 나무로의 전이를 꿈꾸며 모든 음식물 섭취를 거부했다. 이 땅은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고, 조류독감으로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폐기처분하고 눈 하나 깜짝 않는 생명경시 풍조가 갈 데까지 간 생지옥이었다. 비건(Vegan)은 생지옥에서 살아갈 수 없다.

뉴욕타임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초현실적이고 폭력적인 소설”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폭력의 기원을 이렇게 암시했다. “ 1980년 광주사태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폭력적 진압이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한강의 인식으로 내면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연민과 해방의 관점 역시 형성되었을 것이다.” 작가 한강은 1970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연작소설은 초판본이 2007년에 나왔다. 2014년에 출간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사태를 소년의 시선으로 그렸다. 그렇다. 나는 광주사태(!)를 고집한다. 광주민주화운동보다 광주사태라는 비장함에서 혁명을 지키다 산화한 시민군의 핏빛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0) 2016.09.02
버려진 사람들  (0) 2016.08.31
백석 평전  (0) 2016.08.25
자립인간  (0) 2016.08.22
喪家에 모인 구두들  (0) 201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