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버려진 사람들

대빈창 2016. 8. 31. 07:00

 

 

책이름 : 버려진 사람들

지은이 : 김신용

펴낸곳 : 도서출판 포엠포엠

 

인사동 싸구려 술집 ‘실비집’에서 술 먹다 등단한 시인 김신용의 사연을 두 번째 시집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리뷰에서 소개했다. 시인은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에 「양동시편 - 뼈다귀집」외 6편이 실리면서 등단했다. 시인의 첫 시집을 찾았다. 초판본은 1988년 《고려원》에서 나왔다. 2003년 《천년의 시작》에서 복간본이 나왔으나 품절되었다. 나는 읍내서점에 스무 여권의 구입도서 목록을 FAX로 보내면서 은근슬쩍 시집을 포함시켰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이었다. 이럴 수가. 시 전문 계간지 《포엠포엠》에서 나온 두 번째 복간본이 서점주인 손에 들려 있었다. 운이 좋았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63편이 실렸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이숭원의 「어둠을 밝히는 사랑의 詩法」이다.

 

살과 살이 맞부딪칠 때 쏟아지던 소나기 그친 뒤 / 거기 피어오르던 무지개를 보았나요

양동 뒷골목, 그 음습한 그늘에 웅크린 아이에게 / 콘돔 심부름을 시키는 어머니의 손짓 따라

약국을 향해 무지개의 다리를 건너가던 / 깡총 걸음을 보았나요

그 무지개 스러진 뒤, 사라져 버린 아이를 찾아 / 미친 듯 거리를 헤매는 늙은 창녀의 몸부림을 보았나요

 

「무지개」(130쪽)의 전문이다. 짧은 시편에 속했다. 대부분의 시들이 길어 편수에 비해 시집이 두터웠다. 인용한 시는 산업화·도시화 시기 집창촌이었던 양동의 슬픈 정경을 그렸다. 시인은 14살 때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되어 부랑자 생활을 시작하였다. 생계형 감옥살이로 전과 5범이었고, 주린 배를 채우려 피를 팔고 정관수술을 두 번 받았다. 시인이 쌀을 사려 터 잡은 곳이 양동 지게꾼이었다. 청계천 지게꾼, 양동 갈보, 겨울 함바집 노동자, 길거리 앵벌이등 밑바닥 삶을 전전하는 잡풀(?)들이 시의 주인공이었다. 마지막은 시편을 읽어나가다 긁적거린 제재다.

 

삼청교육대 / 감옥 / 물고문 / 정관수술 / 판자촌 / 빈민촌 / 문신 / 행려병자 / 매혈 / 구걸 / 노가다 / 잡부 / 알콜중독 / 매독 / 막장 / 저탄장 / 엑스트라 / 빈민굴 / 지게꾼 / 복지원 / 함바집 / 공사장 / 질통 / 일일취업소 / 날품팔이 / 부랑자 / 뚜쟁이 / 날라리 / 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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