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대빈창 2016. 10. 31. 07:00

 

 

책이름 :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지은이 : 권오길

펴낸곳 : 을유문화사

 

도토리거위벌레 / 책벌레 / 학질모기 / 쌀바구미 / 작은소참진드기 / 사마귀 / 메뚜기 / 옴진드기 / 집먼지진드기 / 흰개미 / 갈치 / 문어 / 넙치 / 돌속살이조개 / 갯강구 / 개오지 / 해파리 / 청어 / 복어 / 양미리 / 오소리 / 돼지 / 무자치 / 소쩍새 / 괭이갈매기 / 촌충 / 새삼 / 오동나무 / 민들레 / 부추 / 대추나무 / 네펜테스 / 아까시나무 / 인삼 / 석이(石耳) / 석류나무 / 잇꽃 / 금낭화 / 당근 / 고구마 / 자귀나무

 

5개의 챕터에 나뉘어 실린 각 꼭지를 대표하는 생물종이다. 이외 엑스트라 생물 수십 종이 책갈피마다 얼굴을 드러냈다. 책은 이상한 놈이거나 별난 놈이거나 기이한 놈들의 한 살이를 담았다. 저자는 말했다. “나쁜 생물은 없다. 다만 별난 생물이 있을 뿐”이라고.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특별한 생물들에 대한 지은이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독자는 크게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좋거나 나쁘거나 나와 인연을 맺은 녀석들의 에피소드를 밝혀야겠다.

요즘 아침산책마다 돌아오는 길에 비닐봉지에 도토리를 주워 담았다. 여명이 터오는 봉구산 자락을 에두르는 산책로. 참나무들이 계절이 깊어가면서 열매를 떨어뜨렸다. 물이 담긴 양동이에 한 움큼씩 던져 넣은 것이 서너 됫박이나 되었다. 땅바닥에 부딪혀 깍정이와 분리된 도토리를 뚫어져라 봐도 바늘구멍은 없었다. 장마가 지나고 깍정이에 몸을 숨긴 풋도토리가 끝가지에 매달린 채 떨어져 수북이 쌓여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도토리가 떨어질 계절이 아닌데. 범인은 ‘도토리거위벌레’였다. 녀석은 깍정이와 풋도토리에 주둥이로 구멍을 뚫고 산란관을 꽂아 수정란을 낳았다. 풋도토리가 달린 가지 끝가지를 날카로운 주둥이로 잘라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속의 알이 슬어 도토리를 파먹으며 애벌레로 자랐다.

무더위가 한창일 때 이 땅의 언론은 공포에 사로잡혀 호들갑을 떨었다. 범인은 ‘작은소참진드기’다. 생물학자에 따르면 SFTS(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을 발병하는 바이러스를 가진 진드기는 0.5%로 치사율은 6% 정도였다. 독감 정도의 위험성만 있을 뿐이다. 나의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토진이’(애완용 토끼로 야생 적응 3년차)는 몸에 살인(?)진드기를 달고 다니며 세 번째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역진화 도정중인 주먹만한 애완토끼도 의연히 야생의 삶을 영위하는데, ‘만물의 영장’(?) 인간의 엄살이 너무 심했다.

나는 고교시절 ‘옴진드기’에 호되게 당해 그때를 돌이키면 몰골이 송연했다. 또래들은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그때 그 시절 그 나이 또래의 영웅 심리로 몰래 술을 마시고 취해 같이 잠들었다. 그 겨울 인천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한 녀석이 집단에 끼어들었다. 녀석은 ‘옴진드기’ 보균자였다. 예닐곱명 모두 옴진드기가 붙었다. 운좋은 서너명은 에프킬라를 사타구니에 뿌려 낫기도 했다. 나를 비롯한 두세명은 사타구니가 가려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선잠이 든 채 얼마나 모질게 손톱으로 긁어댔으면 피멍울이 다 졌을까. 피부과로 유명하다는 성남의 한 의원에 원정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아무튼 그 사건으로 우리의 우정은 풍비박산(?)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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