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詩와 공화국
지은이 : 변홍철
펴낸곳 : 한티재
저자 변홍철은 4·13 총선의 녹색당 후보로 다가왔다. 대구 달서구갑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양자 대결을 벌여 30.1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극우의 안방 대구에서 얻은 놀라운 결과였다. 나는 비례대표 정당투표는 녹색당에 표를 던졌다. 녹색당은 고작 0. 76%의 지지를 얻었다. 극우 보수가 활개 치는 이 땅의 ‘인간의 얼굴을 한’ 신생정당의 한계였다. 한국의 핵발전소 개수는 세계 5위이고, 밀집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다. 그런데 1% 지지도 못 얻었다. 이런 현상을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는 『장기비상시대』에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집단심리적인 전파 방해와 문화적 관성의 문제로, 집단망상 때문에 악화되었고, 성장환경 속에서 길러진 ‘합의된 최면상태’consensus trance로 불렀다. 정신분석 심리학자 카를 융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진실을 견디지 못한다.”(289쪽)
녹색당원으로 송전탑건설반대투쟁의 최전선에 밀양 이계삼이, 청도에 변홍철이 있었다. 저자는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었다.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경북 내륙의 초고압 송전선로는 고리 1호기로 대변되는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고리 5 ~ 6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확대가 전제된 사업이다. 아랍에미레이트 핵발전소 수출 옵션인 신고리 3호기 가동과 연관되었다. 유신독재 박정희 정권이 만든 위헌적 악법 ‘전원개발촉진법’을 등에 지고 국책사업의 명목으로 평생을 땅을 일구며 살아 온 농민들을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 만드는 사업이었다.
책은 저자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었다. 나는 2008년부터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했다. 저자가 대구에서 11년간 편집장과 주간으로 활동하던 마지막 해였다. 2009년 녹색평론은 서울로 적을 옮겼다. 시간은 흐르고, 2012년 한티재 시선1 으로 저자의 시집 『어린 왕자, 후쿠시마 이후』가 나왔다. 반가웠다. 2015년에 나온 산문집 『詩와 공화국』이 지금 나의 손에 펼쳐졌다. - 도서출판 한티재는 2010년 4월 대구에서 문을 연 지역 출판사다. 일인 출판사의 직원이면서 대표인 오은지 씨는 첫 직장에서 편집 일을 했다. 한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귀농하면서 “지역 출판사 하나 뿌리 내릴 수 있어야, 지역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출판 일을 시작했다. - 시집 『어린 왕자, 후쿠시마 이후』 리뷰의 글이다. 출판사 대표는 녹색평론에서 편집을 보았다. 저자는 신생 출판사의 기획위원이다. 대표와 시인은 부부다. 저자의 시집과 산문집은 도서출판 한티재에서 출간되었다.
마지막은 현대 아나키즘 역사에 '한 사람의 혁명'one-man revolution 개념과 실천을 불러 온 애먼 헤나시의 대답이다. 피켓 시위를 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물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는지. 아나키스트는 말했다. “아뇨, 하지만 세상이 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확신합니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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