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시코쿠를 걷다
지은이 : 최성현
펴낸곳 : 조화로운삶
‘자연농법의 창시자이자 현대의 노자라 알려진 이. 내 나이 20대 후반에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126쪽) 저자가 달리는 기차에서 내린 뒤, 산골에서 가장 온유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만든 이는 『짚 한오라기의 혁명』의 후쿠오카 마사노부다. 책은 자연주의 농부작가 최성현의 일본 시코쿠 섬 도보순례 에세이다. 시코쿠는 일본 본섬 4개 중 가장 작다. 1200㎞의 순례길은 1,200년전 일본 불교 진언종의 창시자 구카이(空海) 스님이 걸으며 수행한 것이 시초다. 섬의 해안을 따라 88개 천년고찰을 차례로 참배하는 순례길이다. 작가는 2010년 농한기에 56일 동안 동양의 산티아고라 불리는 ‘시간도 쉬어 가는 길’을 걸었고, 34개 이야기로 책에 담았다.
12인승 승합버스 여성 운전사 / 무연고 묘를 돌보는 순례자 / 淨溜璃寺 故 오카다 스님 / 시인 마사오카 시키 / 우탄구라 젠콘야도 주인부부 / 자연농법 창시자 故 후쿠노카 마사노부 / 스물다섯 여행자 류이치로코 / 로쿠만지 할아버지 스님 / 깊은 산속 마지막 집 오깡과 바라나시 모자 / 섬을 4년째 계속 걷는 수행중인 세카이 스님 / 버스 개조 젠콘야도 주인 하시모토 / 대장암 발병 뒤 전 세계 트레킹 중인 사이토 / 시코쿠 순례 중 죽은 하이쿠 시인 산토카 / 자동차 없는 섬 데바지마의 다나카씨 부부 / 순례안내자였다 스님된 오구리 스님 / ‘근세의 걸승’ 겐포스님 / ‘모래밭 미술관’의 염교 캐는 노부부 / ‘바다거북 보호 모임’의 하기모리 / 순례길 쓰레기 줍는 도쿠나가 / 한국말 배우며 100곡의 노래를 부르는 이와쿠라 등.
저자가 길을 걸으며 만난 오셋타이 정신(순례자들에게 식사, 음료, 잠자리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풍습)을 상기시킨 시코쿠 순례자들이다. 나는 장애인보호시설에서 일했던 깡마른 체구의 여성이 들려 준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시설 문 앞에 버려진 아이를 여성은 2년 넘게 돌보았다. 아이는 눈도 안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하는 그저 먹고 싸기만 하는 장애아였다. 여성은 일이 생겨 시설을 그만두면서 아이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여기서 여성은 눈동자 가득 눈물이 차오르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갔다.
“ 그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거예요.”
아이는 보지 못했고 말을 못 했을 뿐 다 알고 있었다. 장애인은 정상인보다 영혼이 더 맑았다. 여성은 이후 어떤 사람을 만나든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는 정말 큰 선물을 여성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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