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국의 다리

대빈창 2010. 2. 10. 11:58

 

 

책이름 : 한국의 다리

지은이 : 손종흠

펴낸곳 : 지식의 날개

 

경주의 문천교, 남원의 오작교, 강진의 배전각홍교, 동구릉 건원릉의 금천교, 선암사의 승선교, 창덕궁 금천교, 청계천 수표교, 강경의 미내다리, 보길도 부용동의 굴뚝다리, 함평 고막천 돌다리, 순흥의 청다리, 서울 중랑천 살곶이다리, 안양의 만안교, 담양의 효자다리, 개성의 선죽교, 부여의 사근다리, 영월 주천의 쌍섶다리, 진천의 농다리. 이 책에 등장하는 18개의 다리를 순서대로 나열하였지만, 각 챕터의 주 다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1 ~ 2개의 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다리를 더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 땅의 전통다리를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남녀의 사랑', '이승과 저승', '사람과 사람', '부모와 자식', '과거와 현재'라는 5개의 주제로 엮어 다리에 대한 우리 문화와 이야기를 소개한다. 표지 이미지는 조선시대 궁궐의 석교 중 가장 오래된 다리인 창덕궁의 금천교인데, 홍예와 홍예가 만나는 틈새의 무서운 귀신상이다. 이 조각은 다리를 통해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의 기능을 갖고 있다. 저자는 전통 다리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전국에 흩어진 채 사라져가는 돌다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운다.

한때 혈기가 넘치던 시절, 나는 시간만 나면 줄곧 륙색을 메고 산하를 떠돌았다. 그때 만났던 다리 중 여적 나의 뇌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리가 2개 있다. 먼저 순천 선암사의 승선교. 조계산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절을 찾은 것은 선암사의 주지였던 지허스님이 쓴 '한국차'에 관한 책을 읽고 내처 차밭을 보러 길을 나섰다. 우리가 흔히 녹차라고 부르는 풋내나는 차는, 달력의 멋진 그림에 등장하는 보령의 대규모 인공적인 차밭에서 생산된다. 스님이 가꾸는 차밭은 개판(?)이었다. 아니 그냥 자연 속에 내버려둔 것이다. 돌비탈의 차나무는 관목과 뒤엉켜 밭으로 성큼 발을 내밀기도 쉽지 않았다. 스님이 강조하는 한국차는 자생하는 나무에서 채취해 구수한 숭늉냄새가 난다. 그런데 나는 덤으로 멋진 다리를 절 입구에서 만났다. 다름아닌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다. 멋진 그림은 홍예 사이로 보이는 정자 강선루다. 또 다른 다리는 이 책에서 굴뚝다리로 소개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판석보로 익숙하다.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가 섬 전체를 원림으로 꾸미면서 부용동이라고이름 하였는데, 여기서 부용은 연꽃을 일컫는다. 계곡에 조영한 세연지에 물을 가두기 위한 보(洑)로서는 판석보, 사람이 건널 수 있는 속이 빈 다리로 굴뚝다리로 불리는 특이한 석조 구조물이다. 또한 이 구조물은 장마철이면 불어난 물로 인해 인공폭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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