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

대빈창 2019. 11. 25. 05:26

 

 

책이름 : 시몬 베유 노동일지

지은이 : 시몬 베유

옮긴이 : 박진희

펴낸곳 : 리즈앤북

 

프랑스의 사상가·노동운동가 시몬 베유(Simone Weil, 1909 - 1943)를 책갈피 속에서 간혹 만났다. 리 호이나키의 『아미쿠스 모르티스』(죽음을 함께 맞이하는 친구)를 읽으며, 그녀와의 만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총체성이 깨진다는 판단으로 악성 종양 수술을 거부한  이반 일리치에 대한 일화를 다룬 「고통을 견디는 능력」에서 시몬 베유를 다시 만났다. 리 호이나키는 시몬 베유의 글 「신의 사랑, 그리고 고통」을 인용하며 이반 일리치가 겪은 고통에 한발 더 다가서려 노력했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 시몬 베유의 삶과 현실은 T. S. 엘리엇과 체슬라브 밀로즈의 서문과 지인들과 부모에게 보내는 6통의 편지를 묶었다. 2부, 시몬 베유의 이상과 작품은 「중력과 은총」, 「뿌리박기」, 「신을 기다리며」를 통해 그녀의 사상을 접할 수 있었다.

시몬 베유와 신앙과 회의에 대해 논의한 단 한 사람의 프랑스 성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영혼은 그녀의 천재성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숭고하다.”(15쪽) 시몬 베유는 1909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1938년까지 여러 학교에서 철학을 배우고 가르쳤다. 시몬은 힘든 공장 노동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1934 ~ 35년 자동차 공장의 현장 노동자로 생활했다. 이 경험은 기계가 노동자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것을 보고 사회혁명의 모든 희망을 버렸다. 1936년 시몬은 스페인 내란의 무정부주의자 부대에 가담했다. 평화주의자인 시몬은 무기를 들 수 없어 부대의 취사병이 되었다. 끓는 기름에 화상을 입어 치료차 포루투칼에 머물렀다. 1942년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다. 그녀는 후방에서 지원하면서 집필에 몰두했다. 1943년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 조국의 동포를 생각하며 스스로 굶주려 결핵과 영양실조로 서른넷이라는 짧은 삶을 마감했다.

시몬의 불꽃같은 삶은 노동운동가가 아닌 공장의 현장노동자였고, 반파쇼 지식인이 아닌 전장(스페인 내전,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전사였다. 어떤 인물은 삶 자체가 병든 세상을 치료했다. 시몬 베유의 위대함은 치열한 생각과 삶이 한 순간도 분리되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칼 마르크스, 이반 일리치, 칼 폴라니, 마하트마 간디, 스콧 니어링,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체 게바라, 함석헌, 장준하, 조영래, 김남주, 윤상원, 노회찬······ 등. 아둔한 나는 시몬 베유의 위대한 사상과 삶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몬 베유의 삶을 이해하는데 턱 없이 부족한 책읽기였다.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틈날 때마다 바른 자세로 한줄 한줄 정독해야겠다. 마지막은 시몬 베유가 양친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66 - 67쪽)이다.

 

“새로운 엘리트는 대중 속에서 살며, 아무것도 개입시키지 않고 대중과 접촉해야 합니다. 빈곤보다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이지만, 엘리트는 어떤 보상도 원해서는 안 됩니다. 엘리트는 자기를 둘러싼 대중과의 관계 속에서, 귀화한 사람이 자기를 받아들여 준 나라의 시민에게 갖는 것과 같은 겸허함을 지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