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그녀에서 영원까지

대빈창 2020. 4. 24. 07:00

 

 

책이름 : 그녀에서 영원까지

지은이 : 박정대

펴낸곳 : 문학동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민음사, 2001) / 『모든 가능성의 거리』(문예중앙, 2011) / 『삶이라는 직업』(문학과지성사, 2011) / 『그녀에서 영원까지』(문학동네, 2016)

 

시인을 ‘혁명적 낭만주의자’라 부르는 글을 읽었다. 20대 후반 젊은 시절 한때,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했다. 시골 소읍의 서점에 시인의 시집 전부를 주문했다. 네 권의 시집과 인연이 닿았다. 출간 순서대로 시집을 잡았다. 마지막 시집이었다.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은 43편의 시가 담겼다. 시집 말미에 발문으로 장드파(시인)의 「Pak Jeong-de Pēche de Paris - 파리에서의 박정대 낚시」와 해설 박정대(시인)의 「더 먼 곳에서 돌아오는」이 실렸다. 시집은 발문과 해설까지 온전히 시인 한 사람의 글모음집이었다.

시 제목들이 눈에 익었다. 아무르 - 『아무르 기타』가 《최측의농간》에서 2018년에 재출간. 여진(女眞) -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의 여인. 체 게바라 - 가장 완벽한 인간의 구현이라는 혁명가. 여리고성 - 가나안의 이스라엘 관문. 인터내셔널 급진 오랑캐 밴드 - 시인 강정, 리산과 함께 결성. 정선 - 시인의 고향. 알라후 아크바르 - 신은 위대하시다. 이스파한 - 이란 고원의 교통 요지. 56억 7천만년 - 미륵불이 용화세계를 연다는 시기. 금각사 - 일본 탐미소설의 대가 미시마 유키오의 장편소설.

「영원이라서 가능한 밤과 낮이 있다」의 부제는 ‘장욱에게’였다.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 이장욱의 네번 째 시집은 『영원이라서 가능한』이었다. 「오, 박정대」의 시인 사진은 밴드의 멤버인 시인 리산이 찍었다. 「의기양양(계속 걷기 위한 삼중주)」(20 - 69쪽)는 영문시와 우리말시가 이어졌다. 정확히 세었는지 자신 없지만 무려 291명의 인물(시인, 소설가, 혁명가, 건축가, 가수, 영화배우, 영화감독, 화가, 철학자 등)이 등장했다. 「알라후 아크바르」의 2연은 (‘메르시, 시인’ 아닌가?) - 시인 리산의 두 번째 시집은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였다. 마지막은 「체 게바라가 그려진 지포 라이터 관리술」(84 - 85쪽)의 전문이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체 게바라가 그려진 지포 라이터를 마르세유에 간다는 정이에게 주고 나니 텅빈 주머니처럼 뭔가 허전하다 // 체 게바라 만세 // 만세는 영원하라는 말인데 체는 39세에 볼리비아 산속에서 영원으로 떠났다 // 누구나 언젠가는 이 지상에서 떠난다 // 떠난다는 것은 새로운 영역의 구름으로 확장된다는 것 // 한 세기가 지나가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가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한 세기가 지나가기도 전에 구름 하나가 날개를 접고 지상으로 착륙하는 비 내리는 오후다 // 비 내리는 오후의 처마 끝에서 나는 하늘을 날고 있을 날개 달린 지포 라이터를 생각하며 단 하나의 불꽃만을 상상하였다 // 전직 천사의 불꽃 // 체 게바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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