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지은이 : 이대흠
펴낸곳 : 창비
‘북에 백석이 있다면 남에는 이대흠이 있다’는 극찬을 받았던 『귀가 서럽다』(창비, 2010)이후 8년 만에 펴내는 다섯 번째 시집이었다. 등단 25년차 시인은 지천명을 맞았다. 5부에 나뉘어 51시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해설 「궁극적 성소聖所에 대한 열망으로서의 서정」에서 “삶의 궁극적 원형,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근원적 구심력, 사라져간 시간에 대한 애착과 긍정, 누군가를 향한 은은하고도 가파른 사랑 같은 것들이 선연하게 농울친다.”(102-103쪽)고 시집을 평가했다.
천관天冠 / 베릿내 / 탐진 / 동백정 / 물마장골 / 천지동천 / 순지마을 둑실포 / 보림사 / 경호정 / 돈밧재 / 호계虎溪 / 칠량
시인은 2011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시편에 등장하는 전남 장흥의 지명과 건축물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쓴 시편들을 8년 만에 엮은 새 시집이었다. 시편마다 전라도 사투리의 질박한 언어와 흥겨운 가락이 어우러졌다. 2부의 연작시 10편의 부제는 ‘탐진 시편’으로 고향 장흥을 흐르는 탐진강의 자연 풍광을 노래했다. 4부의 시편들은 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5부는 ‘북천’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편들을 모았다.
유신체제에 서슬 퍼런 언어로, 부단한 권력에 온몸으로 맞선 ‘국토’의 저항시인 죽형竹兄 조태일(1941 - 1999)을 기리는 문학상이 2019년 제정되었다. 조태일문학상의 초대 수상작이 이대흠의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이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시인 함민복은 시인 이대흠과 ‘시힘’ 동인이었다. 표사는 이랬다. “이대흠 시는 가슴에 차오르지 않고 스며든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삶의 의미가 절로 순해진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천관天冠」(10-11쪽)의 전문이다. 천관산은 전남 장흥의 진산이다.
강으로 간 새들이 / 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 // 막 돋아난 개밥바라기를 보며 / 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 노을은 바위를 들고 / 바위는 노을을 새긴다 // 오랜만에 바위와 /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 // 먼 데 갔다 온 새들이 / 어둠에 덧칠된다 // 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 / 거기 있고 // 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 /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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