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떨림과 울림

대빈창 2021. 10. 27. 07:16

 

책이름 : 떨림과 울림

지은이 : 김상욱

펴낸곳 : 동아시아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표제에 대한 설명이다. 양자물리학자 김상욱은 『떨림과 울림』에서 ‘물리’라는 언어로 세계를 읽고 생각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빛, 시공간, 원자, 전자부터 최소 작용의 원리, 카오스, 엔트로피, 양자역학, 단진동까지 물리에서 다루는 핵심개념들을 소개했다. 에셔의 석판화, 알베르 카뮈의 소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테트 창의 SF 『내 인생의 이야기』 등 문학과 예술작품을 인용하여 물리학과 인문학과의 다리를 놓았다. 이는 ‘물리’라는 새로운 언어로 우리 존재와 삶, 죽음의 문제부터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관한 생각 등을 새로운 틀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원자를 설명하는 이론이 양자역학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3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와 에르빈 슈뢰딩거(193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는 원자 속 전자의 운동 원리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탄생시켰다. 하이젠베르크가 원자를 추상적인 수학적 구조로 본 행렬역학을 내놓았다. 슈뢰딩거는 원자의 본질을 물결과 같은 파동이라고 본 파동역학을 주장했다.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먼도는 말했다.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 집게손가락 끝에 있는 탄소 원자 하나는 먼 옛날 어느 별 내부의 핵융합반응에서 만들어졌다. 그 탄소는 우주를 떠돌다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에 내려 앉아, 시아노박테리아, 이산화탄소, 삼엽충, 트리케라톱스, 원시고래, 사과를 거쳐 내 몸에 들어와 포도당의 일부로 몸속을 떠돌다, 손가락에 난 상처를 메우려 DNA의 정보를 단백질로 만드는 과정에서 피부세포의 일부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56쪽)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보면 죽음은 그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죽음이란 우리 몸이 원자로 산산이 나눠져 우주를 떠돌다가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2000년 벨연구소의 20대 얀 헨드릭 쇤은 분자 트랜지스터를 구현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그는 나노과학 시대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실험이 재현되지 않자 물리학자들은 그를 의심했다. 결국 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쇤의 논문 조작이 밝혀졌다. 우리에게 낯익은 사건이지 않은가. 2005년 황우석의 줄기세포 사건과 판박이였다. 과학자가 사회적 결과에 대해 과학적 의심을 가지지 않을 때 재앙이 되었다. 그렇다.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다.’(269쪽) 마지막은 시인 알렉산더 포프가 뉴턴의 죽음에 바친 조사弔詞(161쪽)다.

 

자연과 그 법칙은 어둠에 숨겨져 있었네.

신이 말하길 “뉴턴이 있으라!”

그러자 모든 것이 광명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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