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주문도 마트의 코코

대빈창 2021. 9. 1. 07:00

 

코코가 주인장과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코코는 코카 스파니엘(Cocker Spaniel) 종으로 5살입니다. 반려견에 문외한인 나는 주인에게 코코의 견종을 물어보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알았습니다. 다정한 성격으로 명랑 쾌활하며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똑똑하여 훈련의 이해도가 높지만 어리광도 잘 부린다고 합니다. 코코의 훈련 이해도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어리광은 섬의 개 세계에서 알아줄 만 합니다.

코코와 술자리을 한 지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키며 마른안주 봉지를 뜯습니다. 코코는 냉큼 뒷발로 서서 앞발을 내 허벅지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녀석은 연신 혀로 코를 핥으며 입으로 향하는 나의 손을 따라 눈알을 굴렸습니다. 녀석의 얼굴은 궁상덩어리 그 자체였습니다. 북어포나 마른오징어를 찢어 공중에 던지면 녀석은 멋지게 입으로 받아 먹었습니다. 놈은 질긴 안주를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고, 나의 허벅지에 다시 두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주인은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귀촌했습니다. 주문도마트가 문은 연 지 5년이 되었습니다. 만 1살의 코코가 인정 많은 마트 주인을 만나 섬에 들어온 지 4년이 되었습니다. 주문도마트의 창립년도와 코코의 나이가 똑같습니다. 마트가 문은 연 건물은 1층은 식당이었고, 2층은 민박이었습니다. 새 주인은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하여 건물의 인테리어를 새로 꾸몄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부지런한 주인장은 궁벽한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서 생맥주와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제공했습니다. 뻔질나게 드나드는 나를 코코가 한결같이 반겨주었습니다.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주말 아침 일찌감치 주문도마트로 향했습니다. 털북숭이 코코가 말끔히 이발을 했습니다.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주인과 마주 앉았습니다. 마트 옆 건물은 느리 선착장 매표소입니다. 삼보12호 아침 7시 첫배가 느리 선창을 출항하여 1시간 20분이 소요되는 화도 선수항에 닿을 시간입니다. 신축년辛丑年(2021년) 3월 1일 살꾸지 선창이 개항하면서 섬을 찾는 외지인 발길이 그쪽으로 옮겨갔습니다. 화도 선수항과 주문도 살꾸지항의 도선시간은 35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코코는 생애의 절반을 나의 술자리 안주를 얻어 먹었습니다. 술을 끊은지 2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물론 코코는 다른 손님들의 술자리도 공평하게 기웃거렸습니다. 녀석에게 괜히 미안했습니다. 느리 선창을 이용하는 섬 주민과 외지인이 줄면서 주문도마트는 덩달아 한산해졌습니다. 공짜로 얻어먹던 코코의 간식거리도 가뭄에 콩 나듯 드물어졌습니다. 코코가 옛정을 있지 않고 다가와 있으나마나한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인스턴트 군것질에 길들여진 코코가 살이 많이 쪘습니다. 녀석이 투실한 몸뚱이를 흔들며 나의 곁에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녀석의 잔등을 두드려주자 뱃살이 흔들렸습니다. 아무쪼록 코코가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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