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27

대빈창 2021. 8. 4. 07:00

 

외동딸 얼룩이가 태어난 지 달포가 지나, 두 달이 가까워졌습니다. 젓을 혼자 먹으면서, 뒷집 형수의 유별난 애정으로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놈은 사람도 먹기 힘든 영양제를 상시 복용했습니다. 얼룩이는 아빠가 누군지 모르나, 부모의 유전자를 고루 받은 털색으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모녀의 안식처에 들렀습니다. 동녘 창으로 아침 해가 환하게 비쳤습니다. 살을 알뜰하게 발라먹은 뼈다귀가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어미 노순이의 결벽증인지 모르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부쩍 큰 얼룩이가 어미젓을 빨고 있습니다. 만사가 귀찮은지 노순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힘없이 야 ~ ~ 옹! 아는 체를 했습니다.

뒷집 형수가 뭍에 출타하면 노순이는 우리집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어머니 뒤를 쫓아다니며 먹을 것을 달라고 졸랐습니다. 배가 부른 노순이는 새끼가 염려되는지 어머니의 발잔등에 머리를 자꾸 비벼댔습니다. 새끼 혼자 있는 광문을 열어달라는 바디랭귀지 입니다. 어머니가 보조보행기를 밀며 걸음을 옮기자, 녀석은 냉큼 광문 앞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노순이가 안으로 뛰어들어 새끼를 찾았습니다. 장롱 틈새에서 얼룩이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새끼는 어미를 닮아 영리했습니다. 어미가 우리집에 마실오면 얼룩이는 장롱 틈에 몸을 숨겼습니다.

뒷집 형수가 노순이의 자식교육을 어머니께 자랑합니다. 형제 없이 외톨이로 자라는 얼룩이는 버르장머리가 없었습니다. 툭하면 제 어미 뺨을 앞발로 마구 후려쳤습니다. 그날도 바닥의 멸치를 주워 먹다, 얼룩이가 엄마의 뺨을 건드렸습니다. 어미는 새끼의 버릇을 고쳐주려,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룩이의 뺨을 모질게 앞 발로 마구 때렸습니다. 평소 어리광으로 받아주던 어미의 화난 모습에 얼룩이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새끼를 교육시키는 노순이의 마음은 얼마나 아렸을까요.

형수가 얼룩이를 데리고 우리집에 마실을 왔습니다. 부엌과 마루, 내방을 제멋대로 들락거리던 얼룩이가 야 ~ ~ 옹! 거리며 갑자기 마루턱을 뛰어내렸습니다.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럴까요. 아! 멀리 방충망 너머로 내려쬐는 폭염아래 노순이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우리집 마당을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형수가 출입문을 열어주자 모녀는 안심 놓았다는 듯 온 몸을 마구 비벼댔습니다. 모녀의 진한 스킨십입니다. 어미와 새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기집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랐습니다. 수놈의 해꼬지가 걱정되어 나는 신발을 꿰차고 모녀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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