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청개구리의 안부를 묻다.

대빈창 2021. 8. 2. 07:00

 

라틴아메리카 북부 기아나 고지는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이곳에 사는 양서류 269종 가운데 54%가 고유종입니다. 최근 새로 발견된 3종의  좀비개구리는 맹꽁이과의 아마존 개구리로 평생을 땅속에서 살아 생활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서식지가 낙엽이나 흙속으로 알도 땅속의 구덩이에 낳고 올챙이는 자랄 때 필요한 양분을 몸에 지닌 채 깨어납니다. 땅속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개구리의 발목뼈가 융합되는 진화론적 특성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맹꽁이도 주로 땅속에서 살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맹꽁이는 밤에 먹이사냥을 합니다. 어린 시절 살아있는 맹꽁이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서해의 작은 섬 주문도注文島의 맹꽁이 군락지를 혼자만의 비밀로 알고 있습니다. 녀석들은 장마가 돌아오면 산란기를 맞아 섬이 떠나가라 집단으로 울음소리를 냅니다. 비가 잠시 걷힌 틈을 타 산책을 나섭니다. 봉구산자락 옛길을 따라가면 둠벙 주변 몇 필지의 다랑구지가 나타납니다. 떡깔나무, 아까시와 찔레나무가 제법 우거진 자투리 숲에 묵정논 한 필지가 십여년 째 놀고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어느날 불현듯 맹꽁이들이 짝을 찾아 일제히 울음소리를 높였습니다. 서해 작은 섬의 적막한 허공을 맹꽁이의 합창이 가득 메웠습니다.

방안 디지털 습도계는 75℃를 가리켰습니다. 신문 스크랩도 개구리 기사에 눈이 먼저 갑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대기는 주먹을 쥐었다 펴면 금방이라도 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습니다. 자연이 살아있는 섬을 걷다보면 양서류가 곧잘 눈에 뜨입니다. 위 이미지는 청개구리 한 마리가 LED 독서등에 한 팔로 매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철봉대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녀석은 방충망에 매달려 상하좌우 마음 먹은대로 점프를 합니다. 쉴새없이 목울대를 움직여대는 녀석의 배가 불룩합니다. 독서등 불빛을 보고 달겨드는 하루살이, 작은 날벌레가 녀석의 식사거리입니다. 청개구리 안부를 전하는 글이 오늘로 세 번째입니다. 「양서류의 적색경보」(2010. 11. 8), 「밤손님을 기다리다.」(2020. 9. 3), 제목을 뭐라고 할까요?

독서대의 카카오톡 브랜드 갈기없는 사자 RYON이 혼자 입가에 웃음을 지었습니다. 독서대에 얹힌 책은 시인 친구 함민복의 산문집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입니다. 요즘 녀석은 매일 제 창문에 덧댄 방충망으로 야간출근을 합니다. 단조롭게 책 속의 활자를 쫓다, 녀석이 혀를 내밀어 눈깜짝할 사이에 먹이를 삼키는 순간동작을 지켜봅니다. 한때 슬라브옥상 턱아래에 새먹이통을 매달 생각이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먼 바다에 눈길을 주다가 그것도 무료하면 참새와 눈맞춤하는 망중한을 그려보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못할 짓이었습니다. 녀석을 와신공희蛙身供犧의 제물로 받치는 잔인한 짓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날아가던 새들이 먹이통을 그냥 지나칠리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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