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해 묵었던 우리집 옆밭에 다시 고구마가 심겼습니다. 봉구산 등산로 초입 강화속노랑고구마밭 전경입니다. 아침 6시경 석모도 관음도량 보문사가 앉은 낙가산에서 떠오른 아침 해가 부풀어 오른 사리 바다위에 붉은 햇살을 흩뿌렸습니다. 느리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습니다. 개나리와 찔레꽃이 촘촘하게 밭가를 둘러 싼 밭이었습니다. 고구마 싹이 자라자 고라니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밭을 침범하여 제멋대로 들고났습니다. 밭주인은 폐그물로 고라니 방지용 울타리를 한 바퀴 둘렀습니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온 그물처럼 부표가 그대로 매달렸습니다.
강화속노랑고구마가 강화도 특산물로 자리 잡은 지 어언 10여년이 흘렀습니다. 고구마는 전분 함유량에 따라 밤고구마와 물고구마로 구별됩니다. 밤고구마는 단맛이 덜하나 저장성이 강하고, 물고구마는 맛좋은 대신 저장성이 약합니다. 강화속노랑고구마는 물고구마로 속이 노랗고 단맛이 강해 이름 붙여졌습니다. 도시인들이 찾는 상품성 좋은 고구마의 크기는 박카스병만 합니다. 생김새도 입에 넣기 좋게 길쭘해야 합니다. 농부들은 고구마가 길어지지 않게 토심을 얕게 경운합니다. 바투 붙여 심고 이랑도 좁게 만들어 고구마의 크기를 조절합니다. 거름기많은 땅은 줄기가 무성해져 비닐멀칭을 피합니다.
서도西島의 사람 사는 4개 섬은 모두 고구마 농사를 짓습니다. 강화읍내의 종묘상이나 고구마 대농大農의 고구마묘를 사다 심습니다. 유독 주문 2리를 형성하는 3개의 자연부락 대빈창, 느리, 꽃동네 주민들만 고구마를 자가육묘합니다. 육묘상은 묘를 자르까지 두 달이 소요되는 비닐냉상입니다. 검정비닐을 씌운 두둑에 고구마묘를 심고 며칠 지나면 모두 말라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비맛을 보면 금방 줄기와 잎을 뻗치기 시작합니다. 올봄은 유달리 비가 잦았습니다. 모든 작물의 활착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강화속노랑고구마묘를 심은 지 한 달 보름이 지났습니다.
고구마는 사람 손을 덜 타는 대표적인 밭 작물입니다. 병해충에 강한 구황식물로 묘를 심고 그리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돌아오는 가을에 비닐을 벗겨내고 땅속 덩이뿌리를 수확합니다. 우리집 수돗가에 그늘을 드리운 밭가의 감나무가 보입니다. 코앞에 개망초 꽃이 만발했습니다. 바다를 보고 앉은 느리마을은 북향입니다. 멀리 산 모퉁이를 돌아가는 고갯길이 보입니다. 서너 필지의 논에 벼가 푸르렀습니다. 만조의 바닷물이 제방도로의 월파벽에 찰랑거렸습니다. 고지대의 강화속노랑고구마 밭에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주문도 느리 마을의 이른 아침 풍경입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지'가 몰려 온다. (0) | 2021.07.19 |
---|---|
마석 모란공원을 다녀오다 - 4 (0) | 2021.07.09 |
뒷집 새끼 고양이 - 26 (0) | 2021.06.23 |
곤릉의 링반데룽 (0) | 2021.06.14 |
석릉의 신록 (0) | 2021.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