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26

대빈창 2021. 6. 23. 07:00

 

노순이가 여섯 배 새끼를 낳은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노순이는 부속건물 창고의 바닥에서 한턱 높게 마련해 준 골판지 박스 분만실을 여지없이 마다했습니다. 노순이가 집을 나간 지 3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녀석은 혼자 새끼를 낳고 돌보다 배가 고파 할 수 없이 집을 찾았습니다. 형수가 노순이의 뒤를 밟았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 노순이는 분만실을 마련했습니다.

뒷집 형수는 느리 선창가는 길의 집주인에게 열쇠를 빌렸습니다. 다랑구지 논과 봉구산 등산로 사이 경사지 밭에 고구마와 고추가 심겼습니다. 산책로  봉구산자락 옛길과 외떨어져 농기계창고가 앉았습니다. 창고 마당 한켠에 허리를 굽혀야 드나들 수 있는 옛 오두막이 한 채 남았습니다. 작년 가을 태풍에 함석지붕이 날아가 서까래가 훤히 드러난 채 방치된 폐가였습니다. 노순이는 드러난 지붕으로 들어가 빈 집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녀석도 이제 나이를 먹었습니다. 새끼는 단 한 마리였습니다. 형수는 노순이와 새끼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속건물 창고에 산모와 새끼의 방을 마련했습니다. 구식 찬장과 장롱, 수납장이 벽을 따라 기대었습니다. 낡은 수납장에 빈 박스가 쌓였고, 그 위에 골판지박스를 앉혔습니다. 바닥에서 밥을 먹던 노순이가 나를 발견하고 재빨리 박스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손전화를 들이대자 노순이가 야 ~ 옹! 야 ~ 옹! 야 ~ 옹! 나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새끼를 한 발로 안았습니다. 새끼를 건드리지 말라는위협 신호였습니다. 녀석은 쉭 - 쉭 ~ ~ 대며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약아 터져가지고.”

 

어머니가 노순이를 보며 말했습니다. 새끼가 혼자 앞가림하기까지 노순이 잔등은 시커맸습니다. 수놈의 해꼬지를 막으려고, 형수는 들일을 나가며 광의 출입문을 닫았습니다. 노순이는 약았습니다. 똥오줌을 아궁이 깊숙이 들어가 일을 보았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에 일을 보면 주인이 싫어한다는 것을 녀석은 눈치챘습니다. 아궁이를 들락거리며 그을음이 묻어나 녀석의 잔등은 검댕이졌습니다.

부엌 샛문 수돗가에서 발을 씻는 어머니께 노순이가 무언가를 달라고 자꾸 조릅니다. 노순이가 새끼를 낳은 후 처음 우리집을 찾았을 때 어머니는 삼겹살 두 점을 던져주었습니다. 맛을 들인 노순이가 새끼의 젖을 물리고, 우리집에 들러 어머니 앞에서 알랑거립니다. 고기를 얻어먹고 싶은 노순이가 아양을 떠는 몸짓입니다. 외톨이 새끼도 이제 눈을  떴습니다.

뒷집 형수가 들일을 나가며 아랫집 할머니와 어머니께 거두어들인 텃밭 완두콩 갈무리를 부탁했습니다. 두 노인네가 깔방석에 앉아 콩깍지를 까는데 노순이가 어머니 등에 자꾸 머리를 문지르며 야 ~ ~ 옹! 거렸습니다. 어머니는 녀석의 말뜻을 알아들었습니다. 보행보조기를 밀며 뒤쫓아오는 어머니를, 노순이는 광문 앞에 앉아 뒤돌아 보았습니다. 노순이는 새끼에게 젓을 물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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