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일하는 예술가들

대빈창 2021. 12. 31. 07:30

 

책이름 : 일하는 예술가들

지은이 : 강석경

펴낸곳 : 열화당

 

소설가 강석경(姜石景, 1951 - )의 경주 답사기를 연이어 잡았다. 작가는 고도古都에 매료되어 아예 삶터를 옮겼다. 그가 경주에 자리 잡은 계기는 향토사학자 故 윤경렬 선생과의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1984년 작가는 예술가들과의 인터뷰한 글을 한 문예지에 연재 중이었다. 토우 제작가를 취재하기 위해 작가는 경주로 향했다. 예술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작업과 철학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 낸 책의 초판은 1986년에 나왔다. 출판사 〈열화당〉은 30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나는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이렇게 책을 손에 들었다. 세 분만 남고, 열다섯 분의 예술가는 이제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화가 장욱진(張旭鎭, 1917 - 1990년) / 가야금작곡가 황병기(黃秉冀, 1936 - 2018년) / 건축가 김중업(金重業, 1922 - 1988년) / 시인 김종삼(金宗三, 1921 - 1984년) / 화가 유영국(劉永國, 1916 - 2002년) / 가곡여창歌曲女唱 김월하(金月荷, 1918 - 1996년) / 전통무용가 이매방(李梅芳, 1927 - 2015년) / 토우 제작가 윤경렬(尹京烈, 1916 - 1999년) / 조각가 최종태(崔鐘泰, 1932 - ) / 작곡가 강석희(姜碩熙, 1934 - 2020년) / 연극연출가 유덕형(柳德馨, 1938 - ) / 조각가 문신(文信, 1923 - 1995년) / 작곡가 백병동(白秉東, 1936 - ) / 연극배우 백성희(白星姬, 1925 - 2016년) / 화가 박생광(朴生光, 1904 - 1985년)

 

창작 생활 이외는 쓸데없는 부담밖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 뜻을 펴고자 하려는 또 하나의 생활이 책임 지워진 것과 같이 예술도 그렇듯 사는 방식임에 지나지 않으리라. - 장욱진

우리가 경험한 소리의 에센스를 뽑은 거지요. 심리체험 속에서 공통분모가 추출된 것이고 정신의 뿌리지요. 아리랑이나 애국가를 들으면 어머니 목소리 듣는 것 같잖아요. - 황병기

예술가는 우리 민족이 아름다운 품위를 갖도록 자기 한 몸 섞어 거름이 되어야 해요. - 윤경렬

작품에 공감할 때는 어디서 본 듯한 걸 거야. 자기의 잊혀진 경험을 기억하는 거야. 훌륭한 작품은 많은 사람의 체험이 집약된 거라 할 수 있어. - 최종태

현대에서 전통을 찾는 작업···. 원형에의 복귀, 이것이야말로 한 나라의 예술이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공통성을 띨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예요. - 강석희

전통은 모방이 아니라 생활정신을 더듬어 나가는 겁니다. 민화의 호랑이 그 자체가 전통이 아니라 그런 호랑이가 그려진 정신을 찾아야 해요. - 문신

배우는 액체가 돼야 해요. 네모꼴에 들어가면 네모가 되고 세모꼴에 들어가면 세모가 되고, 고체처럼 틀이 잡히면 진정한 연기자가 될 수 없어요. - 백성희

 

작가는 개정증보판의 교정지 속에서 예술가마다 그만이 할 수 있었던 잠언과 금언들을 재발견했다. 그는 기행이 아닌 작업을 통해 본 예술가론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표제에 ‘일하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술 취해 주사부리는 그런 기인 같은 존재, 이상한 언행을 일삼는 남다른 천재,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예술가에 대해 그런 고정관념이 정말 강했거든요. 그걸 깨주고 싶었어요. 예술가란 엄청 꼼꼼하고 성실한 노력파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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